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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인구전략기획부, 어떻게 만들 것인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0.16 18:10

수정 2024.10.16 18:27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초저출산·초저출생 대응을 위하여 가칭 '인구전략기획부' 논의가 진행 중이다. 어떤 모습으로 신설 부처를 만들어야 할까. 기획부 신설은 기존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기능의 한계에서 나온다. 각 정부 부처 사업에 대한 자문 이상 권한을 가질 수 없는 위원회가 지금의 초저출산·초저출생 위기 대응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기획부가 대안으로 나왔다. 야당의 대안도 '인구위기대응부'이다. 명칭에 있어서 여야 간 별 차이가 없다.

그런데 인구위기가 적절한 표현인가? 인구위기는 관계의 위기, 가족의 위기가 모인 결과이다. 사람을 만나지 않고 결혼·출산을 하지 않아서 인구위기가 나타났다.
과거 국가주의적 분위기에 익숙한 세대는 '인구위기'에 공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청년 세대에게 인구위기가 얼마나 설득력 있을까. 당장 연애를 할 수 없고, 결혼과 출산을 거부하거나 피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있을 뿐이다. 청년들에게 "인구가 위기다"라는 국가의 목소리가 얼마나 전달될 수 있을까. 부처 명칭의 적절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둘째, 신설 부처가 사업부서가 될까, 기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정책 기획 및 조정 기능을 강화할 것인가, 사업과 기획·조정 기능을 혼합할 것인가 논쟁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정부조직 특성상 신설 부처가 가장 힘을 쓰려면 예산 배정권을 가져야 한다. 기획재정부 수준의 예산 배정 기능을 갖고서 범정부적 저출산 대응 예산을 관리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는 이유다. 지금의 비상상황에 한정하여 대응하는 제2의 기재부를 만드는 것이다. 신설 부처가 저출산 영역 관련 각 부처 예산 배정권을 갖는다면 정부 부처 장관 및 고위 공무원들이 저출산 대응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다.

셋째, 부처 신설과 관련하여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전부 개정 논의가 진행 중이다. 저출산 원인 및 대책과 관련하여 100만 가지 이상 진단이나 대안 제시가 있을 수 있다. 모든 내용을 담을 수는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국토균형발전을 비전으로 하여 인구감소 비수도권 지역의 균형발전을 목표로 명시하고, 구체적 실현방안을 제시하는 규정 정도는 확실하게 들어가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협력한다'는 수준의 선언적 규정으로는 변화에 대한 희망을 줄 수 없다. 또 법률 개정 과정에서 포함해야 할 내용이 있다.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아빠와 엄마의 모습이 보편화되는 우리 미래에 대한 비전이다. 여성의 독박육아와 경력단절, 그 결과 생겨나는 아빠의 부양 부담, 가부장적 가족관계 및 성별역할 규범 등을 변화시켜 우리의 가족관계가 지금보다 더 민주화될 수 있는 희망을 개정 법률이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중앙정부의 지나친 규제를 없애고 비수도권 지역이 주체가 되면서 가부장적 가족관계가 사라진다는 희망을 줄 수 있는 업무방향을 신설 부처의 기능과 목표로 명시해야 한다.

현재 인구전략기획부, 인구위기대응부 등 여야를 초월하여 인구정책적 논의가 진행 중이다. 경로의존성에서 벗어나 인구위기 이전에 관계의 위기, 가족의 위기가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당장 성과가 나타나기 어려운 인기 없는 분야를 자신의 정책 어젠다로 과감하게 만든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되는 부처 신설이다.
지금까지 해온 정부 부처 신설과 전혀 다른 관점에서 강력한 부처를 만들 수 있는 기회다. 그리고 서울·수도권 중심 선택과 집중, 치열한 경쟁이 만들어 놓은 지역 불균형 해결에 확실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부처를 만들길 바란다.
이런 시도들의 화룡점정이자 출산 주체로서 여성들의 마음을 돌리고 점점 부양 부담에 힘들어하는 아빠들의 마음을 살 수 있는 양성평등 전략을 제시하는 신설 부처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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