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나스닥 지수는 연초 1만4765에서 지난 11일 1만8342까지 24.23% 상승한 반면 코스피는 같은 기간 2669.81에서 2596.91로 2.73% 하락했다. 여러 호재와 악재의 영향을 동일하게 받으면서 양 시장 모두 높은 변동성을 겪었지만 수익률 게임에서는 나스닥이 완승했다는 얘기다. 투자 결과가 극명하게 갈리다 보니 국내 증시를 포기하고 미국으로 투자처를 옮기는 경향이 갈수록 뚜렷해졌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한 미국 주식 보유액은 918억달러(124조원)에 달한다. 연초 이후 지난 11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사들인 미국 주식만 88억5138만달러(11조9626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에서 5조9807억원, 코스닥에서 4조8542억원을 순매도했는데 이를 더하면 10조8349억원으로 올 들어 사들인 미국 주식 투자액의 90% 정도가 된다. 국내 주식을 팔고 해외 주식을 사러 갔다는 얘기가 현실이 되고 있는 셈이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들어 서울 아파트 가격은 3.89% 상승한 반면 지방은 1.37% 하락했다. 증시에서 나스닥이 오르고 코스피가 하락한 결과가 부동산에서는 서울은 상승하고 지방은 하락하는 모습으로 재연됐다. 아파트 가격이 부진했던 지난해에도 서울이 2.63% 하락했을 때 지방은 두배가 넘는 5.31% 내리면서 더 큰 낙폭을 보였다. 이런 모습이 나타나다 보니 부동산시장은 '강남 불패'를 넘어 '서울 불패'가 돼 버렸다. 국내 증시를 떠나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것처럼 부동산 시장에서는 서울의 아파트를 사들이는 외지인이 갈수록 늘었다. 부동산정보업체 경제만랩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 3만6439건 중 외지인이 사들인 거래가 8955건으로 24.6%로 나타났다. 2018년 20.7%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20%를 넘어섰고 이후에도 외지인의 서울 아파트 매입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반면 서울 거주자의 타 지역 아파트 매매 거래 비중은 5.2%로 2014년 5.1% 이후 가장 낮았다. 지방에서는 서울 아파트를 사려고 안간힘을 쓰는 반면 지방의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들은 급감했다는 얘기다.
현상은 너무 닮았지만 정부의 접근법은 완전히 다르다.
증시의 경우 정부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라는 회심의 카드를 내놨다. 국내 증시의 저평가가 심각한 만큼 기업 스스로가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밸류업 프로그램을 내놓도록 유도했다. 연장선상에서 밸류업 지수를 발표하고 이를 적용한 상장지수펀드(ETF)도 내놓을 예정이다. 이 같은 정책은 지난 2월 추진계획 발표 후 5월 가이드라인 확정, 9월 밸류업 지수 발표에 이르기까지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아직은 증시 전반의 밸류업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프로그램 추진만으로 금융과 자동차, 지주회사 주식이 한 단계 레벨업될 정도로 시장을 끌어올리는 호재가 됐다.
반면 부동산시장의 대책들은 여전히 서울에 초점이 맞춰졌다. 서울과 수도권에 빠르게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최우선 정책 목표다. 이렇다 보니 지방은 계속해서 소외되고 있고 어떻게 해서든 서울의 아파트를 장만해야 한다는 불안하고 초조한 분위기만 갈수록 팽배해졌다. 지방 아파트 가격 하락이 지방소멸을 부추긴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대한민국의 49.3%는 비수도권에 거주한다. 모두가 서울의 집값만 바라보고 있을 때 이들은 분양받은 아파트의 마이너스피(프리미엄)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비수도권을 위한 밸류업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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