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해 보면 말도 안 되는 일들이지만 왜 당시에는 거부하지 못했을까. 결국은 분위기 때문이었다. 또 조직문화에 잘 녹아들어야만 한다는 사회 초년생의 절박함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지금은 전혀 달라졌다. 더 이상 술을 강요하지도 않고, 술자리도 많이 줄었다. 이제는 그런 문화가 '직장 내 괴롭힘'이 되는 시대다. 가끔은 요즘은 일 편하게 한다며 '라떼는' 스토리를 풀며 꼰대력을 자랑하기도 하지만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무용담일 뿐이다.
문화는 순식간에 바뀌었다. 흐름이란 것이 한번 바뀌기 시작하니 걷잡을 수 없이 모든 것을 빠르게 변화시켰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이런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 곳은 '남성 육아휴직'이다.
내년부터 정부는 일·가정 양립을 위해 육아휴직급여를 최대 월 250만원으로 올리고, 남편이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육아휴직 기간을 1년6개월까지 늘리는 등 그 기반을 마련했다. 문제는 분위기다. 이제 더 이상 남성 육아휴직이 드문 일이 아닌 당연한 일이 되어야 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그런 면에서 가장 노력이 시급한 곳은 고용노동부로 보인다. 최근 국민의힘 김위상 의원이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용부 육아휴직 사용률은 여성 34%, 남성 15%에 불과했다.
육아휴직을 주관하는 부처이지만 사용률은 비교적 낮은 수준에 그쳤다.
아이러니하게 고용부 청사 엘리베이터 옆에는 이런 문구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회식보다는 내 아이와 저녁밥을' '야근 대신 내 아이와 놀이터를' '눈치는 NO! 자녀돌봄 연가사용 YES'. 일·가정 양립 문화 캠페인의 일환이다.
지나가는 워킹맘은 볼 때마다 '현타'가 온다. 그렇다면 고용부 직원들은 볼 때마다 더 많은 생각이 들지 않을까. 사회적 분위기 전환을 위해 고용부가 솔선수범해 변하고 그 성공스토리를 공유해보기를 바란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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