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情景] 9년 만의 내한공연 현장
2000년대 유행했다 사어(死語)가 된 줄 알았던 '에지'를 16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다시 기억해냈다. 미국 R&B 스타 싱어송라이터 니요(Ne-Yo)가 9년 만에 내한공연한 현장이다.
"엣지 있게 행동해!" 드라마 '스타일'(2009)의 패션지 편집장 박기자(김혜수 분)의 음성이 들리는 듯했다. 알고 보니 젊은 세대에서 '에지'가 다시 유행 중이다.
2006년 데뷔한 니요는 관능적이고 감미로운 R&B의 적자다. '소 식(So Sick)' '비코즈 오브 유(Because of You)'로 2000년대 후반과 2010년대 초반을 풍미했다.
문을 여는 영상을 배경으로 부른 '클로저'로 포문을 연 니요는 여전히 절창이었고, 아직도 도발적이었다. '푸시 백' 무대에서 한국, 일본, 조지아 출신의 세 여성 관객이 그 앞에서 각각 섹시 댄스를 펼쳤다. 니요는 가장 큰 환호를 받은 조지아 출신 여성을 직접 에스코트했다.
얼굴보다 챙이 큰 모자를 쓰고 나온 니요는 무엇보다 태도에 에지가 넘쳐 흘렀다. 인위적인 거 같지만 고전적이었고, 그걸 2000년대 식(式) 아우라로 승화했다. 자연스러운 그루브가 무엇인지 낭창낭창한 보컬과 유연한 몸이 보여줬다. 목소리로 음을 직접 조율하며 무드를 만들어내는 회화적인 재능이 대표곡 '소 식'에서 절정에 달했다. '샴페인 라이프(Champagne Life)'의 결이 풍부한 라이브 밴드 연주는 애틋한 그 무엇이었다. '뷰티풀 몬스터' 순서 때 광분한 레이저 등 무대 문법은 향수를 불렀다.
2000년대생 국내 뮤지션들도 2000년대 R&B를 들려주고 있다. 대표적인 그룹이 '키스 오브 라이프'(키오프)다. 이 팀은 Z세대에서 가장 세련된 팀으로 통한다. 최근 SM엔터테인먼트 컨템포러리 R&B 레이블 '크루셜라이즈' 론칭과 함께 데뷔한 R&B 싱어송라이터 민지운도 1990년대, 2000년대 R&B를 계승한다.
이날 니요는 '매드' 가창 전 '클래식'에 대해 언급했다. 중간중간 공연 공백을 메운 진행자는 히트곡들을 들려주면서 객석에서 "클래식 클래식" 연호를 이끌어냈다. 완전한 클래식이 되기 위해선 더 오랜 시간의 풍파를 겪어야 하지만, 현재 진행형의 니요 R&B는 그 길을 향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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