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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헌재소장 "위기상황…신속성 제고, 재판독립 이뤄야”

정원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0.17 12:05

수정 2024.10.17 12:05

"변화 필요한 위기상황 홀로 서있는 형국"
"권한쟁의, 탄핵심판 사건 크게 증가...사법 정치화 우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이 지난 11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헌법재판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이 지난 11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헌법재판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이 17일 퇴임하며 “헌법재판소의 현재 상황이 위기 상황이라고 느끼고 있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업무의 효율성과 신속성을 높이고, 사법의 정치화를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소장은 이날 퇴임사를 통해 “지금까지의 긍정적인 평가에 안주해서는 안 되고 변화가 필요한 위기상황에 홀로 힘들게 서 있는 형국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소장은 먼저 업무의 효율성과 신속성을 높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소장은 “금년 상반기에 다수의 미제사건이 감소하는 가시적 성과가 있었다”면서도 “이러한 효과가 지속적으로 이어져 업무의 효율성과 신속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개선방안의 시행에 따른 성과와 장단점을 면밀하게 분석하는 작업이 내년 이후로 계속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법의 정치화를 경계하고, 재판의 독립을 이루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도 들었다. 이 소장은 “최근 몇 년 사이에 권한쟁의심판, 탄핵심판과 같은 유형의 심판사건이 크게 증가하고 있음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며 “정치적 성격의 분쟁이 사법부에 많이 제기되는, 이른바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 나타나면 뒤이어 사법의 정치화가 나타날 우려가 있다는 것은 많은 정치학자와 법학자들이 지적하는바”라고 밝혔다.

이 소장은 ”사법의 정치화 현상은 결국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해 헌법재판소의 권위가 추락할 것이며, 이는 법치주의와 삼권분립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주의 질서를 해칠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에 지금 이 시점에 헌법재판소 가족 모두는 우리 자신의 마음가짐과 의지를 굳게 하여야 한다는 의미에서 이를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헌법재판소는 1988년 창립된 이후 우리나라에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확고히 하고 국민들의 기본권을 보호하는데 큰 기여를 해 왔다”며 “국제회의에 참석할 때마다, 우리 헌법재판소가 외국의 헌법재판기관으로부터 높은 관심과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음을 실감했다”고 평가했다.

지난 8월 선고한, 이른바 기후소송 헌법불합치 결정에 대해 외국 언론 다수가 아시아 최초의 기후소송 결정이라며 긍정적 평가를 담은 보도를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 소장은 “6년 전 이 무렵 헌법재판소의 상징인 백송을 처음 보았을 때 남다른 감회를 느꼈다”며 “헌법재판소도 백송과 같이 우리 사회와 국민을 한결같이 의연하게 지키는 역할을 다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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