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국제안보 문제로 비화된 북핵 처방 '억제'와 '비핵화'...더 확대된 외연 필요
-비핵화 공조 이어가려면 '외교적 대화'와 '대북 제재 강압' 시너지 나와야
-대북제제, 중국과 러시아 가세로 구멍 커져...북러 신동맹으로 무력화 확대
-한미일+11개국 MSMT 출범...유엔 전문가 패널 대체 넘은 나름의 효과 기대
-MSMT, 외교의 중요성·북핵 제동 효과·규칙기반 국제질서 선순환..잠재력 지녀
-외교력 강화 계기 MSMT 성공 노력과 유사 외교 플랫폼 탄생에도 관심 높여야
[파이낸셜뉴스]
북핵 처방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억제’이고, 다른 하나는 ‘비핵화’다. 그런데 억제와 비핵화는 모두 한국 혼자서는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다. 사실 혼자 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문제일 것이다. 북핵은 이미 한반도를 넘어선 국제안보 문제로 비화되었기 때문이다. 혼자만의 일이 아니기에 ‘외연’이 중요하다. ‘억제’ 처방 차원에서 본다면 한국형 3축 체계라는 자강 외에 한미 핵협의그룹(NCG)이 가동 중이고 한미일 안보협력이 탄력을 받고 있다. ‘비핵화’ 처방 차원에서는 ‘억제’ 처방보다 더 확대된 외연이 필요하다. ‘비핵화 목표’를 공조하는 폭과 강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이 이미 핵무장을 한 상태이고 군사적 목적으로 핵무기도 사용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상황에서 ‘비핵화 목표’를 고수하는 것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북핵 고도화를 실체적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것과 북핵을 수용하는 것은 다르다. ‘비핵화 목표’를 포기하는 것은 후자의 함정에 빠질 수 있고, 이는 공식 핵보유국 등극이라는 북핵의 화룡점정 노력을 도와주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따라서 북한 비핵화가 더 어려운 공식으로 변모했더라도 비핵화 공조를 이어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비핵화 목표를 이어가려면 두 가지 방법이 시너지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하나는 ‘대화’이고, 다른 하나는 ‘강압’이다. 대화는 지난한 밀당의 과정인데 이의 핵심적 축은 외교다. 강압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강압의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바로 대북 제재다. 그런데 유엔 제재, 독자 제재 등 다양한 고강도 대북제재에도 불과하고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중국이 대북 제재의 구멍을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러시아의 훼방으로 대북 제재 구멍이 더 커지는 상황이다. 지난 3월 러시아는 유엔 대북제재 전문가 패널 임무 연장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노골적으로 대북제재에 더 큰 구멍을 만들어주었다. 지난 6월에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평양을 방문하여 북한과 신동맹을 서약하고 포괄적 협력에 나섬으로써 대북제재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행보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사회가 아무런 조치 없이 이를 방치한다면 북한 핵보유국 등극을 암묵적으로 인정해 주는 기정사실화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한국, 미국, 일본은 빠르게 움직였고 그 결과 유사입장국 11개국이 의지를 다지며 2024년 10월 16일 ‘다국적 제재 모니터링 팀(MSMT: Multilateral Sanctions Monitoring Team)’을 출범시켰다. MSMT는 정례보고서 작성에 치중했던 유엔 전문가 패널의 임무를 단순히 대체하는 것을 넘어 상황 발생 고려 수시로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냉전 기제가 강화되고 러시아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의 기이한 일탈로 유엔이 개점휴업 상태로 전락한 현 과도기 국제질서를 유사입장국 기반 다자체제로 보완하는 나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MSMT 출범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함의를 지닌다. 첫째, 선진강국 외교의 중요성이다. 북핵을 감시하고 대북제재 구멍을 메우는 소임을 내세운 MSMT는 그야말로 외연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MSMT 현실화는 한국의 외교적 레버리지가 신장되었음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최근 한국은 글로벌 중추국가(GPS) 외교를 통해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 나아가 글로벌 무대로 외교적 시야와 역할을 대폭적으로 확장시켜 오고 있다. 선진강국이라는 ‘능력’에 머무르지 않고 이를 국제역할이라는 ‘의지’와 융합시킨 대외정책으로 한국의 외교적 레버리지가 상승되었고, 그 결과 중 하나가 MSMT의 탄생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과거처럼 나 홀로 하면 된다는 식으로 북한 올인외교를 고수했다면 결과는 달랐을 가능성이 있다.
둘째, 거침없는 북한의 핵정책에 제동을 거는 나름의 전략적 효과가 기대된다. 현재 북한은 러시아를 등에 업고 공식 핵보유국의 자리를 거머쥐겠다는 목표에 집착하고 있는 상태다. 그런 차원에서 대북제재 전문가 패널 폐기는 북한에게는 가뭄의 단비와 같은 소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MSMT 출범으로 북핵의 기제를 다시 가뭄으로 만드는 단초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규칙기반 국제질서 수호를 위한 선순환으로 작용할 수 있다. MSMT는 유사입장국 연대이기에 유엔이 의결 과정에서 보여준 왜곡되고 분열된 프로세스의 함정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유엔 산하가 아니기에 효과성과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한계도 있지만, 유엔과 다른 별도 조직이기에 강점도 있는 셈이다. 따라서 MSMT는 약화되고 있는 규칙기반 질서를 바로 세우는 연대가 가동된다는 메시지를 통해 현상변경시도에 대한 일종의 상쇄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MSMT는 확장성이라는 잠재력도 지니고 있다. MSMT가 당장은 대북제재에 집중하겠지만 다양한 국제문제와 북한 이외의 제재 필요 사안을 다루는 ‘다국적 팀’으로 진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MSMT 출범은 한국이 외교무대에서 다양한 사안을 주도하는 선진강국 대외정책을 한층 공고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다만 이러한 기대효과를 높이려면 하려면 MSMT를 반드시 성공시키려는 범정부적 노력의 통합과 동시와 이와 유사한 외교 플랫폼 탄생을 위한 응용적 차원의 노력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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