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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의료폐기물 멸균분쇄시설 기준 완화’...의폐조합 "국민 보건위생 우려"

권병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0.17 16:31

수정 2024.10.17 16:31

[파이낸셜뉴스] 한국의료폐기물공제조합(의폐조합)은 17일 환경부가 최근 입법예고한 폐기물관리법령 개정안 중 ‘각종 의료폐기물을 배출하는 의료기관의 멸균분쇄시설 설치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에 대해 “멸균분쇄한 의료폐기물 잔재물로 인한 감염 위험과 악취 문제가 우려된다”며 사전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한 데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출처=한국의료폐기물공제조합
출처=한국의료폐기물공제조합

한국의료폐기물공제조합은 ‘폐기물관리법’ 제41조에 따라 2000년 설립된 방치의료폐기물처리이행보증기관으로서 의료폐기물의 적정 처리와 방치폐기물의 처리 및 발생 방지를 위한 공제사업 등을 수행해 환경보전과 국민건강에 기여할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이다. 현재 조합원은 의료폐기물 중간처분업체와 수집운반업체 등 70여개가 있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달 26일 의료기관에서 배출되는 의료폐기물을 의료기관 내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멸균분쇄시설 처분능력을 현행 100㎏/h 이상에서 30㎏/h 이상(투입량 기준)으로 시설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의 폐기물관리법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는 또 기존에 지정된 온도, 시간, 압력 기준과 달리 멸균시설을 운영하더라도 공인된 기관으로부터 멸균능력만 인정받으면 시설을 허용하는 조항도 신설됐다.

의폐조합은 “정부가 2000년 7월 의료폐기물의 멸균분쇄시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악취와 멸균(100%) 적정 처리의 불투명 문제를 이유로 전국 의료폐기물 중간처분업체의 멸균분쇄시설 운영을 금지한 조처와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의료폐기물에 대한 멸균분쇄시설은 시간당 100㎏ 이상의 의료폐기물 처분 설비를 갖춘 4개의 의료기관에서 설치 및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이 시행되면 낮아진 기준에 따라 멸균분쇄시설을 설치하는 의료기관은 전국적으로 수백 곳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조합 측은 설명했다.


특히 현행법상 멸균분쇄시설은 전국 학교 주변에도 설치할 수 있어 학생들에 대한 보건위생 등 사후 문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2020년 개정된 교육환경법은 교육환경보호구역 안에도 의료기관 내 멸균분쇄시설의 설립이 가능하도록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멸균분쇄시설을 추가하는 의료기관들의 숫자가 늘어나 학교 주변의 멸균분쇄시설도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설치 기준이 완화된 멸균분쇄기(시간당 30㎏)를 1일 3회(총 90㎏) 이하로 가동할 경우, 사업장폐기물 배출자 신고 대상 기준인 일 평균 배출량 100㎏에 미달하기 때문에 신고 대상에서 제외돼 사업장 생활폐기물로 배출될 가능성도 크다고 조합은 지적했다. 이 경우 일반 국민이나 멸균분쇄시설 인근의 학생들은 감염성 병원균에 노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의폐조합은 이번 폐기물관리법령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와 우려로 인해 충분한 논의를 통해 개정안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의폐조합 관계자는 “입법예고된 개정안에 대해 의료폐기물처리업계는 감염과 악취 등 국민 보건위생에 미칠 위험과 국가 의료폐기물 관리체계 부실화 등의 우려가 크다는 입장”이라며 “교육환경법 개정이후 설치 운영 중인 멸균분쇄시설(100㎏/h)을 3년 또는 5년 등 일정 기간 운영한 이후 악취와 멸균처리 적정성 등을 분석하고 안전성과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으로 개정안을 재추진하는 것이 국민 보건정책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bsk730@fnnews.com 권병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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