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반도 정세는 어느 때보다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김정은이 지난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14기 10차회의 시정연설에서 남한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으로 간주'하고 통일, 동포라는 단어까지 삭제하라고 지시한 이후 북한은 한국 지우기에 혈안이다.
분단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경계는 늘 아픔으로 다가온다. 80여년의 분단 세월도 모자라 북한은 이제 휴전선 일대에 거대한 장벽까지 세우며 영구분단을 획책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바로 북한의 주장에 동조라도 하는 듯 정치권 일각에서 '남북한을 각각 독립된 두 개의 국가로 인정하고, 통일보다 평화공존을 우선시하자'는 주장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헌법의 영토 조항과 평화통일 추진 조항도 삭제하자는 이들의 주장은 반헌법적·반통일적이라는 점에서 규탄받아 마땅하다. 우리는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보장하기 위해 통일을 지향해야 한다. 특히 자유로운 통일 한반도 실현을 위해 북한 주민 인권개선과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통일 대한민국을 위한 비전과 추진전략인 8·15독트린을 제시했다. 출범 초기부터 탈북민의 안정적 정착을 국정과제로 설정하는 한편, 자유를 찾아 온 북한이탈주민을 포용하고 남북주민 간 통합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정부 최초로 매년 7월 14일을 북한이탈주민의 날로 제정했다. 또 8·15독트린의 7대 추진방안 중 북한이탈주민의 역할을 통일 역량에 반영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의 가치 및 헌법에 명시된 통일 의지를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공감대를 형성해 가야 한다. 통일공감대 확산을 위해 지역 차원에서 다양한 활동이 절실히 필요할 때다. 이와 관련해 태영호 민주평통(대통령 직속 헌법기구) 사무처장은 지난 11일 부산에서 개최된 민주평통 부산지역회의에서 한강의 기적과 함께 '낙동강의 기적'을 언급했다. 6·25전쟁 당시 낙동강 방어선은 대한민국을 지켜내고 자유를 수호한 최후의 보루였다. 전후 경제복구의 주역으로 한국을 새롭게 일으킨 저력으로 이제 부산이 통일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하자는 취지였다. 피란수도로서 부산은 전쟁의 상흔을 딛고 한국 경제성장의 발판이 된 곳이다.
이제 국민역량을 결집하고 통일대한민국을 만들어 갈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온 통일' '통일의 마중물'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 된 북한이탈주민을 따스한 이웃으로 맞는 일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남북한 통일의 가치는 무엇보다 사람이기 때문이다. 각각 다른 체제에서 살아온 남북한 출신 사람들이 적대감을 해소하고 하나로 통합하기 위한 출발점은 서로에 대한 공감적 이해다.
이런 취지에서 민주평통 부산지역회의에서는 북한이탈주민 한마음 체육대회, 부산시민과 함께하는 평화통일기원 음악회 등 지역에 거주하는 탈북민과 화합과 소통의 장을 지속적으로 마련하려 한다. 낙동강의 기적을 일구어 갈 부산시민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이 통일대한민국의 주춧돌임을 다시 한번 새겨본다.
박희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부산지역회의 부의장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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