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만원 넘으면 못사겠어요"..고물가가 불러온 新소비현상

이정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0.21 06:00

수정 2024.10.21 17:17

지난 15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냉동 치킨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지난 15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냉동 치킨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1인 가구인 최모씨(32)는 요즘 ‘현금챌린지'에 열중하고 있다. 고물가 부담이 크다보니 눈에 보이는 현금만 사용해 좀 더 현실적인 소비습관을 갖추려는 노력이다. 최씨는 “지갑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게 실감나다보니 다이소 5000원짜리 화장품이나 값이 저렴한 식자재마트 등 최대한 저렴한 곳을 찾아 쇼핑하게 된다”고 말했다.

고물가 시대가 지속되면서 고가 브랜드와 기능은 비슷하지만 가격은 저렴한 '가성비 대체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편의점에선 4000~5000원에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도시락이 불티나게 팔리고, 대형마트에선 소용량 채소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모든 제품을 1000~5000원 가격으로 판매하는 생활용품기업 다이소에서는 최근 립과 치크로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뷰티제품 손앤박 컬러밤이 큰 인기다. 한 명품 브랜드의 립앤치크밤의 ‘저렴이(저렴한 대체 상품을 일컫는 온라인상 유행어)'로 유명세를 얻은 상품인데 가격은 20분의 1 수준이다.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을 5000원 이내에서 구매할 수 있다보니 다이소의 올해 1~9월 화장품 매출 신장률은 전년과 비교해 159%나 늘었다.

대형마트도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상품들의 인기가 갈수록 뜨겁다. 롯데마트는 자체브랜드(PB) ‘오늘좋은'과 ‘요리하다'를 통해 1000원짜리 상품을 내놓고 있다. 물티슈, 두부, 강냉이와 왕소라형 과자 등 스낵류까지 상품 수만 50여개에 달한다. 식품류는 같은 품목이라면 값이 저렴한 냉동제품이나 양념 제품이 더 잘 팔리고 있다. 이마트에선 올해 1~9월 전년과 비교해 냉동채소와 냉동과일 매출이 각각 33.5%, 11.3% 증가했다. 고기는 한우나 국내산 삼겹살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양념육(+5.6%)이나 수입돼지고기(+12.7%) 매출이 올랐다.

편의점에선 달걀, 우유 같은 장바구니 필수 품목을 10~20%가량 싸게 내놓는 PB 상품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GS25의 초저가 PB브랜드인 리얼프라이스는 올해 1~9월 누적 매출액만 260억원에 달한다. CU가 내놓은 ‘헤이루 두부 득템'은 PB 상품으로, 비슷한 기존 제품보다 최대 45% 저렴한 1000원에 출시됐다. 지난 8월 중순 출시된 이 두부는 9월 말까지 10만개 넘게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외식물가가 크게 오르며 GS25에선 올해 1~9월 냉동간편식(전년 대비 +28.1%) 매출이나 소용량 반찬인 컵델리(+35.3%) 매출도 눈에 띄게 늘었다. GS25 관계자는 “2만원대의 프랜차이즈 치킨과 비교해 훨씬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치킨이나 냉동 안주류 매출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고물가 대체품인 알뜰폰 유심을 찾는 소비자도 크게 증가했다. GS25는 올해 1~9월까지 알뜰폰 유심 판매 신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130%가량 급증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속 합리적인 소비를 하려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가성비 중심의 대체 소비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유통단계를 줄여 가격은 낮추되 용량과 품질은 끌어올린 PB 상품들의 인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