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과 노조 지도부가 19일(현지시간) 임금 인상안에 합의했다.
노조원들의 투표로 승인돼야 하지만 한 달 넘게 진행된 파업이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연초 비행 중 항공기 문짝 뜯김 사고로 안전성에 다시 의문이 제기되고, 지난달 13일에는 파업이 시작되면서 궁지에 몰렸던 보잉이 일단 위기를 벗어날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측이 앞으로 4년 간 35% 임금 인상을 제시하면서 임금 협상이 합의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앞서 보잉은 25%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노조원들은 이 합의안을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시켰고, 파업이 지속됐다.
노조 대표들은 합의안 부결 카드를 내밀고 사측에 더 많은 양보를 요구했고, 결국 임금을 대폭 인상하는 내용의 합의안을 받아 들었다.
지난달 13일 이후 거의 모든 항공기 생산 라인이 멈춰 섰지만 노조원들이 35% 인상에 만족하면 생산이 재개된다.
노조는 이날 오전 사측과 합의했다면서 오는 23일 노조원들이 투표로 합의안 수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25% 인상안은 노조원 95% 가까이가 반대해 부결된 바 있다. 노조 지도부는 노조원들에게 협상안을 받아들일 것을 권고했지만 노조원들은 이를 거부했다.
보잉은 파업으로 심각한 손실을 보고 있다. 한 달 사이 10억달러(약 1조3700억원) 손실이 난 것으로 추산된다.
그 충격으로 보잉은 대규모 감원과 추가 자본 조달을 결정했다.
켈리 오트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전체 직원 10%인 약 1만7000명을 해고하고, 현금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신주, 또는 채권 발행을 통해 최대 250억달러를 조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파업으로 항공기 생산과 인도가 멈추면서 현금 유입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보잉은 분기 손실 60억달러를 경고하기도 했다.
보잉 파업은 관련 공급망에도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한 달 이상 보잉 공장이 멈춰 서자 보잉에 동체를 공급하는 스피릿 에어로시스템스는 18일 직원 700명을 임시 해고하겠다고 밝혔다. 스피릿은 지난 1월 알래스카항공의 보잉 737맥스9 여객기 문짝 뜯김 사고의 주범이다. 이곳에서 납품한 항공기 동체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보잉 노조는 보잉 베스트셀러 항공기인 737 생산 공장을 장악하고 있다. 노조원 3만3000명이 미국 워싱턴 시애틀 지역의 737 항공기 생산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은 평균 연봉이 7만5000달러(약 1억원)로 고액의 급여를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미 태평양 연안의 살인적인 집값, 주택 임대료, 물가로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지난해 7월 입사한 한 직원은 25% 인상안에 반대했다면서 태평양 북서부 연안의 비싼 생활비 속에서 기초적인 삶의 질을 유지하려면 이보다 더 높은 임금 상승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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