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독점적 지위를 견제하기 위해 더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야당은 공정위가 최근 발표한 공정거래법 및 대규모유통업법 각각 개정안의 허점을 지적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서 사전지정제가 빠진 점을 비판하며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 제정을 촉구했다. 또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 정산주기가 ‘너무 길다’고 문제 삼았다.
21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플랫폼’이란 단어를 세 차례나 언급했다.
그는 “역동경제를 뒷받침하는 공정거래질서를 확립하겠다”며 “국민들의 일상과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온라인 플랫폼의 독과점 문제의 신속한 해소와 경제적 약자 보호를 위한 입법을 추진하고,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행위 등을 면밀히 감시하겠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구글 및 애플의 ‘앱(App) 마켓’ 시장 내 독점적 지위를 지적하며 사전지정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전지정제란 시장을 좌우하는 거대 플랫폼 기업을 미리 정해두고 이들의 경쟁 제한적인 행위를 금지하는 방식이다. 낙인효과와 기업의 혁신성장을 저해할 우려가 있어 독과점 플랫폼 규제를 담은 정부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에선 빠졌다.
다만, 정부는 사후추정제를 도입해 임시중지명령 및 관련 매출액의 최대 8%를 과징금으로 물릴 예정이다.
한 위원장은 “거대 플랫폼에 대한 사전지정제가 독일, 영국 등의 보편적인 추세인가”를 묻는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독일이 그런 법제를 갖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유럽에선 독과점 플랫폼 규제법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에도 경쟁체계를 도입하기 위한 정책이 있나”라는 질문에는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독과점 남용 행위를 조금 더 신속하게 규율하기 위한 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사전지정에서 사후추정으로 바뀐 것에 대통령실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한 위원장은 “그렇지 않다”며 “지난해 말 국무회의에서 사전지정 관련 보고를 했다. 그리고 지난 2월 (공정위가) 국무회의에서 사전지정을 포함해 의견 수렴을 충분히 하겠다는 내용을 보고했지만, 사전지정인지 사후인지 확정한 적은 없다. 다각적으로 검토했다”고 답했다.
공정위가 티맵·위메프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발표한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 관련 비판도 나왔다. 개정안에는 소비자가 구매를 확정하면 이커머스 사업자가 20일 내 판매 대금을 입점 사업자에게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야당은 카카오·네이버 등 쿠팡을 제외한 플랫폼이 정산 주기를 1∼3일로 하는 만큼 정산 주기를 더 짧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위원장은 “특정 기업을 고려한 것은 아니다”며 “정산주기를 10일로 설정하게 되면 상당수 사업자가 기존 정산 시스템을 변경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배달 수수료에 대한 상생협의체의 향방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배달의민족이 입점업체들에게 최혜대우를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혜대우란 본사(플랫폼)가 이용사업자(입점업체)에 자사에서 거래하는 상품 또는 서비스의 가격 등을 다른 플랫폼 대비 더 좋은 조건으로 강제하는 것을 뜻한다.
한 위원장은 “(협의체에서) 최혜대우 요구를 포함해서 수수료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며 “8차 회의가 이번 주 열릴 예정이다. 10월 말까지 상생안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입법 등 추가적인 방안에 대해 검토해 나갈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또 최혜대우 관련해 “위법성이 확인되면 신속히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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