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국/중남미

국방 투자 1650% 늘린 美 정부, 실리콘밸리 인재 예비군으로 영입한다

홍창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0.22 11:12

수정 2024.10.22 11:12

미 국방부 실리콘밸리 인재에 예비군 장교 자리 주고 국방력 향상 추진
미 국방부, 미군과 일하기 꺼렸던 실리콘밸리도 적극 호응



올해 3월 12일 미국 버지니아주 햄튼에서 미국 함정이 출항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올해 3월 12일 미국 버지니아주 햄튼에서 미국 함정이 출항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실리콘밸리=홍창기 특파원】

미국 국방부가 실리콘밸리의 기술 인재들을 미군 예비군으로 스카우트하고 있다. 미 국방부가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의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기술 전문가들에게 미군의 예비군에서 장교를 맡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미 국방부의 실리콘밸리 기술 인재 스카우트는 미국 최고 수준의 기술 인재들의 기술과 노하우를 미군에 접목시키기 위해서다.

'테크 예비군', 정기적 훈련 참가해 미군 전투력 향상시킨다
21일(현지시간) 피치북에 따르면 지난 2013년 20억 달러에서 지난해 350억 달러로 10년 간 국방 기술 투자를 1650%나 늘렸던 미국 정부는 그 시선을 실리콘밸리 기술 인재로 돌리고 있다.

이미 미 해병대와 일부 주방위군은 사이버 보안 기술을 갖춘 민간인 채용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중이다.
하지만 현재 미 국방부가 실리콘밸리 기술 인재들을 예비군화하는 계획은 미군이 민간의 기술 전문가를 군인 신분으로 영입하는 최초의 사례가 된다.

미 국방부가 그리고 있는 이른바 '테크 예비군'은 실리콘밸리 인재들이 정기적으로 미군의 사이버 보안과 데이터 분석 등의 업무를 위해 훈련에 참가해 이 분야의 미군 전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미 국방부는 테크 예비군을 앞으로 수천 명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테크 예비군'을 배치할 미군 내 조직과 이들의 입대 후 이들이 받게 될 계급을 정리 중이다. 이들은 미 육군, 공군, 해군의 예비군 소령이나 중령 등 장교로 임명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미군의 예비군은 한국군의 예비군 개념과 다소 다르다. 사회에서 직장 생활이나 학업을 이어가면서 훈련을 받고 유사시 현역으로 편입되는 개념은 비슷하다. 하지만 미군 예비군의 경우 한 달에 1회, 1년에 2주간 꾸준하게 정기적으로 훈련을 받는다. 미군의 예비군 규모는 70만 명 이상이다.

미 국방부의 최고인재관리책임자(CTMO) 브린트 파미터는 "실리콘밸리 테크 인재들이 예비군으로 편성된다고 해서 이들이 실제 전장에서 총을 쏘는 것은 아니다"면서 "지금 우리는 향후 수십 년 동안 미국의 국가 안보 문제와 이 과제를 해결하는 것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미터 CTMO는 "'테크 예비군'은 항공우주 등 더 많은 분야로 확대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폴란드에 주둔중인 미군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폴란드에 주둔중인 미군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달라진 美 국가안보 상황, 실리콘밸리 美 정부 밀착시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국방부가 실리콘밸리 기술 인재들을 스카우트하고 실리콘밸리 인재들이 이에 호응하고 있는 것은 미 국방부와 미군, 실리콘밸리 테크 업계의 관계 개선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최근까지 실리콘밸리의 많은 테크 기업들은 미 국방부, 미군과 협업하는 것을 꺼려왔다. 실리콘밸리는 대량살상 무기를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개발하는 것을 달갑지 않게 생각했다.
미국 정부가 자신들의 고객이 되는 것이 매출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던 점도 이들의 관계가 가깝지 않은 또 다른 이유였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지역 분쟁, 미중 갈등으로 인공지능(AI) 등을 비롯한 실리콘밸리의 기술을 미국 정부가 강력하게 원하면서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들의 생각도 바뀌었다.


이와 관련, 미 국방부 관계자는 WSJ에 "한때 국방 분야를 외면했던 실리콘밸리 테크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VC)이 이제 국가 안보와 관련된 일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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