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최근 서울 주요 재건축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경쟁입찰'은 이제 과거의 일이 됐다. 주요 입찰에서 건설사 1곳만 참여하거나 아예 참여하지 않아 유찰돼 수의계약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독 참여로 유찰 뒤 수의계약 잇따라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달간 서울시 주요 재건축 시공자 입찰 과정에서 경쟁입찰이 진행된 건수는 '0'이다.
서울 강동구 삼익맨숀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전날 시공자 수의계약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입찰공고를 냈다. 우선협상대상자로는 대우건설이 유력하다. 조합이 제시한 입찰 조건(1차, 2차 입찰 중 한번이라도 참여)에 해당하는 곳은 대우건설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13일 삼익맨숀아파트 첫 입찰에서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한데 이어 같은달 27일 진행된 2차 입찰 현장설명회에도 유일하게 참여했다. 삼익맨숀아파트의 예정 총 공사비는 5278억원으로 3.3㎡당 약 860만원이다.
한양3차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 시공사 선정을 위해 지난 21일까지 입찰참여 의향서 접수 결과 입찰 확약서를 제출한 건설사가 없어 유찰됐다. 예상 공사비는 2558억원 규모로 3.3㎡당 846만원이다.
총 사업비 공사비 4297억원 규모의 대림가락아파트는 2차례 유찰 이후 수의계약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지난 18일 진행한 재입찰 현장설명회에 삼성물산이 단독으로 참여해 유찰됐다. 조합은 조만간 이사회를 열고 삼성물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계획이다.
1조 넘는 대규모 공사도 경쟁없어...건설사 '선택과 집중'
공사비 1조원을 넘기는 대규모 단지들도 경쟁이 사라지기는 마찬가지이다.
신반포2차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이달초 수의계약을 통한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건설을 선정했다. 예정 공사비 1조2831억원 규모에도 불구 두 차례에 걸친 시공사 선정 입찰이 유효 경쟁이 성립되지 않아 유찰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진행된 첫번째 입찰에서 현대건설 1곳만 단독 입찰했다. 조합은 재공고를 내고 지난 4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를 개최했지만 역시 현대건설 1곳만 참여해 유찰되면서 수의계약으로 전환됐다.
예정 공사비만 1조6199억원에 달하는 서울 송파구 잠실우성아파트 재건축사업도 유찰됐다. 서울 송파구 잠실우성아파트 재건축조합이 지난 17일까지 입찰참여 확약서를 제출받은 결과 GS건설만이 단독으로 제출해 유찰됐다. 조합은 조만간 이사회를 열고 재공고 일정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이 서울시 주요 재건축 사업이 잇따라 유찰뒤 수의계약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은 공사비 원가 부담 등 업황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선택과 집중'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경쟁을 통해 무리하게 사업을 수주하기보다는 확실한 메리트가 있는 사업장 위주로 공략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조합 입장에서도 경쟁 유발을 위해 계속 입찰을 진행하는 것보다는 일정 수준 이상의 건설사라면 빠르게 사업을 개시하는게 장기적으로는 이득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 관계자는 "사업내용이나 진행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현장설명회에는 참여한뒤 정작 입찰에는 나서지 않는 건설사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특히 특정 대형 건설사가 강한 의지를 갖고 참여한다는 소식이 들리면 발을 빼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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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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