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윤석열 정부가 22일 북한군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파병된 사태를 두고 ‘공격용 무기 지원’까지 거론하며 경고에 나섰다. 북한군 파병 사실을 적극 알리고 국제사회 공동대응을 끌어내는 데 이어 우크라에 무기를 지원할 수 있다는 의사까지 밝히며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를 매개로 뭉쳐있는 서방 국가들과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에 공동대응하게 되면서 얻은 자신감이 있다.
파병 덕에 우크라戰-북핵 직결..서방 적극 대응 끌어내
정부는 그간 북러가 불법적인 무기거래와 기술이전을 저지르고 있음에도 우크라 무기지원 등 강경대응을 자제해왔다. 국제사회에서 우크라 전쟁과 중동 분쟁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 북핵 문제는 후순위로 밀려서다.
그러다 전환점이 된 게 북한군 우크라 파병이다. 정부가 주장해온 유럽과 아시아 안보 연계가 실체화 된 것이다. 정부가 북한군 파병 사실을 신속하게 확인해 알리고, 유럽과 나토에 협력을 요청한 건 이런 계산이 깔려있다.
곧장 성과가 나왔다. 한국-영국이 이날 북한군 파병의 반대급부로 북핵이 고도화될 우려를 명시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유럽에서 처음으로 적극적 북핵 대응을 밝힌 것이다. 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윤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통해 북한군 파병 관련 정보 공유를 요청함으로써 북핵 공동대응 의지를 보였다.
이 덕분에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북러 군사협력 단계적 대응을 발표하면서 “강력하고 실효적 조치가 이행되도록 동맹 및 우방국들과 긴밀하게 공조해나갈 것”이라고 자신 있게 밝힌 것이다.
다만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미국이 내달 대선을 의식해 북한군 파병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 정부는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애초 북한군 파병 사실 확인이 미국 포함 우방국들과 협조한 결과라는 점에서다. 국제정세 전반에 관여하는 미국으로선 북한군 파병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힐 때에 대책도 완비해야 해 시간이 걸린다는 부연설명도 내놨다.
또 나토가 사실상 미국이 주도한다는 점에서도 북한군 파병 공동대응은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준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외교가에선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한미 고위급 회의들이 조만간 열리는 만큼, 미국과의 공동대응 공식화도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방어용 무기’ 지원 우선 검토..“방산 수출 탓에 쉽진 않아”
이처럼 든든한 국제 공조 덕에, 대통령실은 이날 북러 군사협력 최고단계 대응으로 우크라 공격용 무기 지원을 제시할 수 있었다. 공격용과 방어용으로 무기를 분류해 북러 군사협력 추이에 따라 지원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아직 실제 파병된 북한군 숫자는 1500명으로 계획된 1만2000명에 미치지 못하고, 전투에 배치되지도 않은 상황이다. 북한 핵·미사일 기술이전도 북한 기술자 파견이 포착됐지만 확인되진 않고 있다. 때문에 정부는 우선 방어용 무기 지원부터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방어용 무기가 어떤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군사전문가들은 △현재 우회 지원 중인 155mm 포탄 △T-80U 전차와 BMP-3 장갑차, 매티스 대전차 유도탄, 이글라 휴대용 지대공미사일 등 구(舊)소련제 장비 △우크라이나 측이 요구했던 드론 전파 교란전을 위한 재밍 드론, 재밍 내성 드론, 안티드론 건 △공습 방어를 위한 천궁Ⅱ 중거리 지대공 유도 무기 체계 등이 검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방위산업 수출이 크게 확대된 상황이라 우크라에 무기를 지원할 여유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K-9 자주포나 천무 다연장로켓, K-9 자주포 등 공격용 무기를 지원할 경우 북한군 파병보다 파장이 더 크다는 점에서 외교적 부담이 크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방산 수출이 확대돼서 무기 생산이 국내 수요도 어렵게 충족하는 상황이라 우크라 지원 여력이 충분치 않을 것”이라며 “특히 우크라 전쟁에 살상무기를 지원한다는 건 전황을 바꾸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북한군 파병보다 의미가 커서 문제가 복잡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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