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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미래 위해 전기요금 단계적 정상화 시작할 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0.23 18:30

수정 2024.10.23 18:30

산업용 9.7% 인상 및 일반용 동결
한전 재무 안정·전력망 확충 시급
23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신당동의 주택가에 설치된 전력량계가 돌아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는 주택용과 일반용 전기요금은 동결하고, 산업용 고객에 한정해 내일부터 전력량 요금을 평균 한 자릿수 인상률인 9.7%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사진=뉴스1
23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신당동의 주택가에 설치된 전력량계가 돌아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는 주택용과 일반용 전기요금은 동결하고, 산업용 고객에 한정해 내일부터 전력량 요금을 평균 한 자릿수 인상률인 9.7%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사진=뉴스1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이 24일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을 평균 9.7% 올리기로 했다. 다만 국민경제 부담을 감안해 주택용과 음식점 등 상업 시설에 쓰는 일반용 전기요금은 동결한다. 최근 전기요금 인상은 지난해 11월이다. 당시에도 산업용만 인상했다. 주택용과 일반용 전기요금은 지난해 5월 인상 이후 계속 동결이다.

이번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 기업들은 비용부담을 우려한다. 전기료 인상에 따른 기업들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럼에도 왜곡된 한전의 전기료 문제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산업용 전기요금만 인상한 것은 최근 수출이 원활한 데 따른 것이다. 그간 정부와 한전이 가격동결로 손해를 감내한 만큼 수출이 늘고 있는 기업들이 이번엔 전기료 인상을 수용해야 한다는 의도가 담겼다. 반면 일반용 전기요금 동결은 국내 내수침체가 지속되고 자영업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조치로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한전의 전기요금 결정체계가 앞으로 정상적으로 작동하느냐는 데 있다. 상당 기간 이어진 전기료 동결은 국내 물가상승 탓에 어쩔 수 없는 면이 있었다. 다행히 최근 물가가 안정 추세를 보여 전기료 인상 여력이 일부 생겼다. 물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중동 정세불안으로 언제든 유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무시할 순 없다.

그럼에도 한전의 전기료 결정 문제는 좀 더 멀리 내다보며 판단해야 할 이슈다. 우선 한전의 심각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합리적 전기요금 결정정책이 절실하다. 한전은 러·우 전쟁에 따른 국제 에너지 위기 여파로 2021∼2023년 원가 이하의 가격으로 전기를 팔았다. 이에 연결 기준 43조원대의 누적 적자를 낳아 심각한 부채위기에 빠졌다. 공기업인 한전의 재무악화는 곧 국가의 부채이다. 과도한 이자부담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기업과 가계 사정이 어렵다고 낮은 가격에 전기를 공급하는 역마진 구조는 기형적이다.

한전의 재무구조를 정상화하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도 서둘러야 한다. 한전의 재정여력이 떨어지면서 전력망 확충이 더딘 실정이다. 한전은 제10차 송변전설비계획을 통해 2036년까지 56조5000억원을 송변전 설비 확충에 투자할 방침이다. 문제는 재원이다.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쌓여 있어 전력망 확충에 투입할 여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전력망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면 발전소에서 전력을 생산해도 수요자에게 전달할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는 낮은 단가로 전력을 생산하는 원전을 해안가 중심으로 짓고, 이를 수도권으로 송배전하는 구조다. 전력망이 충분하지 못하면 값싼 원전 전력 대신 수도권 인근의 비싼 액화천연가스 전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결국 전력망 투자가 지연될수록 전기 수요자들의 부담은 커진다. 당장 전기요금을 동결해 수요자에게 혜택을 주더라도 장기적으로 수요자의 부담만 키울 뿐이다.

미래 첨단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도 전력망 확충이 시급하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경우 생산라인이 제대로 가동되려면 막대한 전력공급망 확충이 필수적이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해서도 전력망 확충이 우선돼야 한다.


전기료 정책만큼은 단기적 성과를 넘어 장기적 안목에서 판단해야 할 때다. 전력 생태계를 안정화해야 장기적으로 소비자 편익이 높아지고 미래 산업도 키울 수 있다.
국내외 가격결정 환경이 어렵겠지만 단계적 정상화라는 목표를 가지고 전기료 결정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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