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전합 3년 만에 공개변론 진행
원고 "개정 필요성에도 오랜 기간 방치"
피고 "대체 수단 있어…점진적 접근"
원고 "개정 필요성에도 오랜 기간 방치"
피고 "대체 수단 있어…점진적 접근"
[파이낸셜뉴스] 1998년 제정된 옛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지체장애인을 위한 편의 제공 의무를 부담하는 소규모 소매점의 범위를 '바닥면적의 합계가 300㎡ 이상의 시설'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2019년 기준 전국 편의점 중 97% 이상은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의무가 없었다. 해당 규정은 2022년에서야 '바닥면적의 합계 50㎡ 이상'으로 개정됐다.
장애인들은 국가가 시행령 규정을 20년 넘게 개정하지 않아 접근권이 보장되지 않았다며 지난 2018년 국가에 배상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편의점에 편의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보면서도 국가 배상 책임은 없다고 판단했고, 결국 소송은 상고심으로 이어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23일 김명학 노들장애인야학 교장 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차별구제 청구 소송 상고심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을 열었다. 대법 전합 공개변론은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 후 처음 열리는 것으로, 지난 2021년 이후 3년 만이다.
원고 측을 대리하는 이주언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2022년까지 약 24년 동안 300㎡ 이상 시설에만 편의시설 설치 의무가 있어, 적용받는 사업장이 0.1~5% 남짓에 불과했다"며 "개정 필요성에 제기됐음에도 정부가 오랜 기간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피고 측 이산해 정부법무공단 변호사는 "법령상 구체적 자기 의무가 없고, 장애인들에게는 온라인 구매 등 대체 수단이 있다"며 "정부로선 소상공인의 부담 등도 고려해야 해 점진적 접근이 필요했다"고 반박했다.
오경미 대법관은 정부 측 발언에 "놀랐다"며 "편의점 등을 이용할 수 없는데,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것으로 대체 가능하다고 하는 것은 장애인에게 집에만 있으면서 온라인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고 측 참고인으로 출석한 배융호 한국환경건축연구원 이사는 "편의점에 들어가도 내부가 좁아 물건을 사는 게 힘들지 않냐고 하는데, 일단 들어가야 종업원에게 요청이라도 할 수 있다"며 "들어가지 못하면 밖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부탁을 해야 하기 때문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애인들의 다양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이동권을 우선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신숙희 대법관은 "장애인에 대한 소득, 고용, 의료, 주거, 이동권 보장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소득과 고용, 의료 등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이동권 보장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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