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김경민 특파원】 일본 젊은이와 여성들의 정치 냉소주의가 주요 정당들이 기성세대의 세습을 우선시해 신인이 나오기 힘든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24일 보도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이달 27일 중의원(하원) 선거에 출마한 후보 중 40세 미만은 11.6%, 여성은 23.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6년 현행 1인 선거구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이래 중의원 선거에 출마한 모든 후보자 1만2000명을 분석한 결과도 40세 미만은 20% 미만을 기록했다.
이번 중의원 선거에서 40세 미만 후보는 자민당은 9.6%, 입헌민주당은 6.3%였다. 닛케이는 "중의원 선거에 입후보가 가능한 연령이 25세임을 감안해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여성 후보 비율이 23.4%로 사상 최고치를 보였다. 이는 직전 중의원 선거의 17.7%보다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일시적인 상승인 데다 여전히 낮다는 게 중론이다.
정치비자금 스캔들과 관련해 자민당은 해당 의원이 소선거구에 출마하는 것을 허용했지만 비례대표와 중복 입후보는 허용하지 않았다. 자민당은 비례 명단에 올릴 후보가 크게 줄어든 만큼 유권자에게 쇄신감을 호소하기 쉬운 여성으로 보충했다. 다만 자민당의 여성 후보 비율은 2021년의 9.8%에서 16.1%로 늘었으나 소선거구로 한정하면 9.4%에 그친다.
정당별로는 연립여당인 공명당이 16%로 가장 낮았고, 야당은 입헌민주당 22.4%, 일본유신회 17.7%, 공산당 37.3%, 국민민주당 21.4% 순이었다.
청년과 여성들이 정치에 입문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주요 정당들이 세습 지지 기반이 있는 '경력직'을 우선시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이 내세운 후보 중 신인은 29.8%다. 자민당이 야당이던 2012년에는 40%를 넘었지만 이후 2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2021년 내각부가 총선 출마를 고려했지만 포기한 남녀 99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여성은 47.8%가 당선될 경우 가정생활의 균형을 맞추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는 남성보다 9%p 높은 수준이다.
일본 정계에선 후보자로 어필하기 쉬운 여성이 격전지 지역구에 보내져 희생량이 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일본 중의원은 중장년 남성의 장악이 뚜렷하다. 지난 10월 국제의회연맹(IPU)에 따르면 일본의 하원 구성원 중 40세 미만은 6%로 집계 가능한 142개 국가 및 지역 중 130위에 그쳤다. 일본의 여성 비율은 10.8%로 자료가 있는 185개 의회 중 163위였다.
닛케이는 "주요 정당들은 선거에서 승리한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후보로 올려 신인의 도전을 막고 있다"며 "청년, 여성들이 정치에서 더욱 멀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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