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화 사회 목전..노인 정신건강 문제는 여전
심각성에 대한 인지 부족한 사이 老 우울증 증가
최근 5년 처방 '항우울제' 10만건 중 절반이 노인
우울한 노인들 자살 선택할 가능성도 매우 높아
[파이낸셜뉴스] 한국 사회 노인들의 고독과 우울증 등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높지 않다.
심각성에 대한 인지 부족한 사이 老 우울증 증가
최근 5년 처방 '항우울제' 10만건 중 절반이 노인
우울한 노인들 자살 선택할 가능성도 매우 높아
한국은 압축성장을 통해 짧은 기간 전 세계 어떤 나라보다도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뤘지만 빠른 성장을 한 만큼 점진적으로 이뤄나갔어야 할 노인들을 위한 인프라, 노인 정신 건강에 대한 지원, 사회적 공감대는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 특히 정신 건강 문제는 연령을 불문하고 스스로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 정도로 치부됐던 것이 사실이다.
"고독하고 빈곤하고.." 韓 노인들 우울감 '위험수위'
한국 노인들의 고독과 우울증은 원인을 명확하게 지목할 수 없지만 노인 빈곤 문제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노년층보다는 빈곤한 노인이 더 고독하고 우울해보이는 것은 우리 모두가 일상 속에서 경험하고 있다.
한국의 노인들은 전 세계 주요국 노인들에 비해서 빈곤하다. 지난 202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66세 이상 노인 인구 중 소득 빈곤율은 40.4%를 기록했다. 평균치인 14.2%보다 3배 수준으로 높은 것은 물론이고 22.8%를 기록한 미국이나 20.2%를 기록한 일본보다도 한국 노인의 빈곤율은 훨씬 더 높게 나타났다.
물론 이 조사는 자산 가치를 고려하지 않고 소득을 기준으로 빈곤율을 계산했기 때문에 주요국 대비 연금 소득이 낮고 총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에 쏠려 있는 한국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한국의 노인들의 빈곤 문제는 노인들의 고독과 우울증 문제를 풀기 위한 중요한 포인트다.
인구 구조의 변화에 따라 혼자 사는 노인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 1인 가구는 213만8000가구를 기록해 전체 일반 가구 중 9.7%를 차지했다. 전체 가구 10가구 중 1가구는 노인 혼자 사는 가구인 셈이다.
빈곤하고 고독한 노인일수록 더 많은 우울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5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혼자 사는 독거노인, 학력 수준이 낮고 도시보다 농어촌에 거주하는 노인들의 경우 빈곤과 우울증에 더 많이 노출됐다. 또 빈곤과 우울감 사이에는 양의 상관관계가 있었고 통계적으로도 유의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17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노인실태조사 결과에서도 나홀로 사는 독거노인의 경우 건강하다는 응답이 34.2%로 48.6%인 노인부부 가구 대비 낮았고 우울 증상을 가진 비율도 독거노인의 경우 16.1%, 노인부부는 7.8%로 나타나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은 전 연령층에서 나타나지만 고령층이 전체 환자 중 가장 비중이 크다. 사회 문제로 떠오른 정신 건강상 문제인 우울증에 대한 대응의 핵심에 노인들이 있는 것이다.
노인 우울증 환자가 많은 만큼 노인들의 우울증 치료도 매년 증가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백종헌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항우울제 처방건수는 총 10만5838건으로 나타났고 이들 중 60세 이상 노인에게 4만8349건이 처방돼 처방 비중은 45.7%로 절반에 가까웠다. 5년 동안 처방건수도 지속적 증가세를 보였다.
우울증 앓는 노인들, 자살로 쉽게 이어져
노인들의 우울증은 심각한 것은 자칫 자살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은 노인 빈곤에서도 OECD 국가들 중 최선두권을 차지하고 있지만 노인 자살률도 압도적 1위다. 노인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42.2명으로 OECD 국가 평균인 16.5명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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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의 2023년 자살사망통계에 따르면 연령대별 자살률에서 노인들의 비중은 다른 연령대 대비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 자살률을 살펴보면 80세 이상은 10만명당 59.4명으로 가장 많았고 70대가 39명으로 뒤를 이었다. 60대도 30.7명을 기록해 5위를 기록했다. 나이가 많을수록 자살률도 더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
지난 2013년 대비 한국의 자살자 수는 감소했고 당시에 비해 노인들의 인구 10만명당 자살률도 감소했지만 노인 자살률은 여전히 다른 연령대를 몇배 상회하는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자살률이 증가한 것에 대해 사회적 고립과 경제난 심화를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빈곤과 고독이 우울감을 높이고, 적기에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외로운 노인들의 정신 건강 악화를 막기 어렵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고 관련 지표를 개선하기는 매우 어렵다.
외로운 노인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캠페인이나 지자체의 대책,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노인들의 정신 건강을 개선하는 실험적인 서비스나 사례도 나오고 있고 효과가 좋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경제적으로 고립되는 외로운 노인을 막고 노인들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를 높이면 노인 고독 문제, 노인들의 우울증 문제을 근본적으로 예방하고 노인 자살률도 억제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간단하지 않다. 노인 복지에 쓸 예산은 한정적이고, 노인들의 정신 건강 문제는 사회구조적으로 복잡하며 고차방정식이 필요한 민감한 문제기 때문이다.
지난 2일 '노인의 날'을 맞아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한국의 노인 빈곤률과 자살률은 OECD 회원국 중 1위로 초고령사회의 모습이 밝지 않다"고 지적하며 "노인들을 시혜와 복지의 대상으로 봤던 시각에서 벗어나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는 인권적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화 연구의 권위자인 박상철 전남대 연구석좌교수는 "노인들이 자살을 선택하는 것은 돈도 주변에 사람도 없기 때문인데, 특히 외로움이 우울증을 유발하고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노인들의 고독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노인들이 사람들을 만나고 사회 생활을 하면 고독하지도 않고 우울증이 찾아올 가능성도 뚝 떨어진다"며 "공동체 문화가 남아있는 농촌 지역 노인들이 도시의 노인보다 상대적으로 더 행복한 것은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의 '나가노' 사례는 한국 사회가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조언했다. 나가노현은 노인들을 대상으로 10명씩 조를 짜서 걷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노인들의 만족도도 높았고 우울증 위험도도 큰 폭으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노인들이 나이가 들었더라도 더 많은 외부 활동을 하고 몸을 움직이고 사람들을 만나고 활동한다면 정신 건강 문제도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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