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사후약방문 급급한 금감원… 책무구조도 기대 걸지만 '글쎄' [fn, 은행원 100명에게 묻다 (하)]

박소현 기자,

김동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0.24 18:02

수정 2024.10.24 18:18

사고 터지면 질책하고 감사할 뿐
"역할 부족" 당국 비판 목소리 커
책무구조도 사후 제재 그칠 공산
전문가 "예방 효과 보완 필요"
사후약방문 급급한 금감원… 책무구조도 기대 걸지만 '글쎄' [fn, 은행원 100명에게 묻다 (하)]
은행권의 금융사고가 반복되는 동안 이를 감독하는 체계를 세우는 금융감독원 역할이 '사후약방문'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감원이 여론몰이식 감사로 문제 본질에 접근하기보다 성과 중심으로 실적만 쌓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내년 도입을 앞둔 책무구조도가 금융사고 사전 예방보다 사후 제재에 그치면서 실효성이 낮을 것이라는 우려도 지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영자가 횡령 등 금융사고 '위험관리'에도 적극적인 책임을 지라는 것이 책무구조도의 취지인 만큼 반복적인 횡령 사고는 경영진이 책임을 지는 구조를 만들고 선진국과 같이 외부전문가 출신의 준법감시인 제도를 정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고 터지면 질책만" 금감원 역할에 의문

24일 파이낸셜뉴스가 현직 은행원 100명에게 '금융감독원이 현재 금융사고 예방 및 처리에 충분히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복수 응답 가능)고 묻자 41명이 '그렇다'(27명) 혹은 '매우 그렇다'(14명)고 답했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32명이었다. '그렇지 않다(18명), '매우 그렇지 않다'(9명)'는 부정적인 답변도 27명이나 됐다.

특히 금감원이 금융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아니라 '사후약방문'식으로 처리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시중은행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한 40대 E씨는 "금융산업을 육성하고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내부통제 및 금융감독 정책보다는 단순한 성과 위주 지적 등 치적 쌓기가 빈번하다"며 "여론몰이식 감사 진행으로 본질에 접근하지 못하고 수박 겉핥기식으로 이슈와 지적사항 만들기에 조급한 모습을 보일 때가 많다"고 짚었다.

10년차 은행원인 30대 F씨도 "사고가 터진 후 질책하고 감사할 뿐, 실질적으로 도움 되는 제도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금의 징벌적인 배상만으로는 근본적으로 은행의 횡령 등 금융사고를 해결할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11년 넘게 은행에서 근무한 40대 G씨는 "금감원이 사전 감독의 역할이 아닌, 권위적인 태도와 정치를 일삼고 있다"고 꼬집었다.

3년차 은행원 G씨도 "징벌적 배상만으로 금융사고 예방이 가능하지 않으나 현행제도가 이에만 집중됐다"며 "예방활동성과에 대한 어드밴티지부여 등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창수 공주대 경영대 교수는 "논문에서 두 금융사의 횡령사고를 분석했다. 비교 이유가 10년 간격인데 같은 사고가 발생했고, 금감원이 내놓은 대책도 똑같았다는 것"이라면서 "이런 사고가 터졌을 때 금융권 발전을 위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 책무구조도 기대 속 실효성 의구심

내년 1월 도입을 앞둔 책무구조도가 금융사고 방지 대안이 될 것이라는 은행권의 기대가 크다. 은행원 100명 중 책무구조도가 횡령 등 금융사고에 대한 적절한 대안이 아니라고 응답한 사람은 15명에 그쳤다.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 주요 업무에 대한 최종 책임자를 특정한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이다. 내부통제 책임을 하부에 위임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핵심 골자다. 금융지주사와 은행들은 내년 1월 3일까지 책무구조도를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다만, 책무구조도가 사전 예방보다 사후 제재에 그치면 금융 사고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의구심도 남아 있다. 13년차 은행원 H씨는 "책무구조도는 하위 직원의 부적절한 사건을, 윗 사람에게 뒤집어씌워서 잘라내는 방식"이라며 "이미 비리는 일어났는데 윗선의 책임자(일종의 피해자)에게 책임을 덮는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냐"고 반문했다. 5년차 은행원 J씨도 "오히려 불필요한 절차를 많이 만들어서 금융의 신속성과 효율성을 저해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융사고 예방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임원이 아닌 최고경영자(CEO)의 구체적인 책임이나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금 은행들이 제출한 책무구조도에 사업부 임원 책임은 명시돼 있는데 금융사고가 반복되면 행장의 연임이 안 된다는 등의 구체적인 내용이 빠졌다"이라면서 "CEO가 매일 금융사고 예방 지시를 하면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고, 외국처럼 외부에서 채용된 전문인사가 감사를 하고 CEO에게 직속으로 보고하는 체계를 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창수 교수는 "은행권의 횡령이 장기적인 발전을 저해하는 만큼 다같이 사고를 공유하는 측면에서 공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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