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번째 개인전을 국내 굴지 화랑 학고재서
올해 촬영 대신 전력투구해 그린 신작 35점
카펫·가면·탈 등 소재로 존재의 근원에 접근
올해 촬영 대신 전력투구해 그린 신작 35점
카펫·가면·탈 등 소재로 존재의 근원에 접근
배우이자 독창적 미술 작가로 자리 잡은 하정우가 페르시아 카펫과 가면, 탈, 도자기 그림 등 새로운 소재들로 올해 전력투구해 14번째 개인전을 야심 차게 연다. 올해 제작한 회화 35점을 선보이는 하정우의 개인전은 '네버 텔 애니바디 아웃사이드 더 패밀리(Never tell anybody outside the family)'라는 타이틀로 오는 11월 16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 본 전시장과 학고재 오름에서 개최한다. 전시 타이틀은 "가족 외의 사람에게 내 생각을 말하지 말라"는 뜻인데, 하정우가 가장 사랑하는 영화 '대부'의 명대사다. 하정우는 오랜 시간 그림을 그려왔지만, 지금까지 화가로서는 많은 멘트를 전하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이번 전시를 통해 조심스럽게 알을 깨고 나오려는 마음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그 의미를 더한다.
미술 전공이 아닌 그는 20대 중반에 문구점에서 수채화 물감과 스케치북, 4B 연필, 그리고 화집을 구입한 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장-미셸 바스키아, 키스 해링, 앙리 마티스, 파블로 피카소 등 그림을 보면서 따라 그리고 작가들을 다룬 영화를 보면서 기법을 익혀나갔다.
그가 국내 굴지의 갤러리 중 하나인 학고재에서 개인전을 열 만큼 작가로서도 크게 성장한 것이다. 지난 2010년 첫 개인전을 연 이래 거의 매년 전시를 열었지만 전시에 앞서 취재진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정우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대학 졸업하고 불투명했던 내일을 버티기 위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그 시간이 나를 위로해줬고 흘러가는 대로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며 "학고재의 명성과 역사성을 잘 알고 있기에 이번 전시가 더욱 기쁘고, 그 만큼 각오도 했다"고 강조했다.
그가 심기일전 한 이번 개인전은 원시의 상징적 표현을 재해석하는 지점을 더듬으며, 인간 존재의 근원에 대한 울림을 전달하고 새로운 정서적 발견을 제안한다. 카펫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은 신작은 규칙적인 선과 기하학적인 추상으로 구성돼 있으며, 신비로움과 순수성을 강조한다. 여기에 한국 전통 탈과 같은 민속 소재, 토속적 문양 등을 활용해 인간 내면의 직관을 시각적으로 풀어낸 작품들도 함께한다.
이번 전시의 주요 작품인 '카펫 연작(2024)'은 지난 2022년 하정우가 모로코에서 영화 '비공식작전'을 찍던 중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당시 촬영을 위해 5개월간 모로코에 머물렀던 그가 현지에서 여러 카펫을 구입했는데, 캔버스에 카펫 문양 자체를 그리는 시리즈로 이어졌다. 하정우는 "카펫의 색은 온도고 감정이며, 그 표면을 나타내는 색은 단순시각적이 아닌 정으로, 감성으로 교감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로의 양식을 띠는 카펫 작품도 눈에 띈다. 그의 삶에서 중요한 의미를 고찰하며 그려낸 개인만의 타로 카드로 볼 수 있다. 작품 속 상징들은 현재의 자신을 비추는 동시에 미래의 방향성을 찾고자 하는 작가의 내면이 투영됐다. 즉, "자신만의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표현한 것"이라는 게 하정우의 견해다.
또 다른 소재인 탈과 가면 작품들도 끊임없이 변신하며 다양한 페르소나를 연기해야 하는 배우인 하정우와 연결된 소재다.
우찬규 학고재 대표는 "지금 'K-컬처'의 시대인데, 'K-미술'의 지평을 넓히는 일을 할 수 있는 작가가 하정우라고 확신한다"며 "그동안 하정우의 작품 세계를 지켜봐 왔고 우리 미술의 외연이나 지평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전시를 열게 됐다"고 이번 전시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학고재는 내년 4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아트페어 '엑스포 시카고'에 하정우의 작품을 출품할 계획이다. 이번 전시는 배우 하정우를 넘어, 작가로서 진지한 성장을 이뤄낸 그의 새로운 도약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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