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미국)=홍예지 기자】 2025년 우리 경제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내수에 이어 수출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 올해 성장률 역시 기존 전망치보다 0.1~0.2%p 떨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수출 성장세 둔화 생각보다 나빠"
2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기재부 동행기자단과 만나 "수출 성장률 둔화세가 생각보다 나쁘다"며 "얼마나 지속될지에 대한 판단을 해서 성장률을 예측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3·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한은 전망치인 0.5%에서 한참 못미친 0.1%에 그쳤다.
이 총재는 "내수는 예상대로 회복세를 보였지만, 최근 10개월 정도 수출이 10% 이상씩 증가하다가 지난 2·4분기 9% 성장했고 이번에는 6% 증가에 그쳤다다"며 "수출이 나쁜게 아니라 빠르게 성장하던 게 둔화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업계 파업, 정보기술(IT) 사이클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3·4분기 성장률이 예상을 크게 밑돌면서 한은의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인 2.4% 역시 조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총재는 "4·4분기에 자동차 파업 등 이전에 없던 변수들이 또 나오게 되면 수출에 영향을 또 줄 수 있고 올해 성장률과 내년도 성장률은 불확실성이 크다"며 "수출이 어느 정도 하는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4·4분기가 정말 안 나온다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성장 추세를 보면 올해 성장률은 잠재성장률 2%보다는 반드시 높을 것"이라며 "성장률이 갑자기 망가져서 경기를 부양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2025년 성장률과 관련해서는 "내년 성장률을 2.1%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많이 낮아져서 2% 밑으로 내려간다고 하면 잠재성장률 이하로 내려가는데 이것은 문제가 된다"고 짚었다.
한은은 11월 28일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 총재는 "한달 사이 무역수지 등 여서 수출 자료를 보고 내년도 성장률을 예측하겠다"고 말했다.
한은 실기론 작심 반박
일각에서 제기된 '한은 실기론'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박했다.
이 총재는 "성장률이 떨어지고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니 실기한 것이 아니냐는 논쟁이 있다. 특히 미리 금리를 많이 올렸으면 지금 내리면서 효과를 많이 봤을 것이라는 지적들이 있다"며 "(그러나 이것은) 자영업자는 더 힘들게 만들고 부동산 PF는 더욱 망가뜨려 놓고 그 다음에 금리 낮춰서 '이제 좀 덜 힘들지' 하는 격"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자를 일부러 많이 아프게 해 놓고 약을 쓴 다음에 명의라고 얘기를 들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지난 7월 금리를 인하했어야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7월에 금리를 내렸으면 9월에 가계부채가 10조원까지 늘어나고 서울 부동산이 상승하면 그건 어떻게 했겠느냐"라고 반문하며 "한은의 정책을 한 분기로 평가하지 말고, 1년쯤 지난 후 경기를 크게 후퇴 안 시키고 금융안정도 되면 칭찬해 주고, 경기가 나빠졌으면 한은이 책임져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하나의 변화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1년쯤 지난 다음에 결과를 보고 혼내고 해야 한다"며 "하루아침에 변했다고 '잘했다, 못했다' 하면 하려고 했던 구조조정을 하나도 못 한다"고 말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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