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대부분의 업무 가능할 것"
고소득·고학력 직군일수록 위험
고소득·고학력 직군일수록 위험
#.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에서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이모씨(35). 회사에 총 5명이 일하고 있었지만 최근 디자이너가 그만뒀다. 그러나 업무에 큰 지장은 없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사용자경험·사용자환경(UX·UI) 디자인 툴인 '갈릴레오 AI'가 퇴직자의 작업을 대신하기 때문이다. 이씨는 "소프트웨어 개발업을 하는 우리 업무 특성상 초기 멤버에 UX·UI 관련 디자이너 채용은 필수였던 적이 있지만 최근 '갈릴레오 AI' 사용 이후부터는 필요성을 못 느낀다"며 "초기 스타트업 구성원에서 디자이너는 없어도 될 정도"라고 말했다.
이씨 회사는 특별한 사례가 아니다. AI 등장 이후 노동현장에서는 사실 자연스럽다. 오히려 앞으로는 산업을 가리지 않고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의 '인공지능으로 인한 노동시장의 변화와 정책방향'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AI와 로봇을 활용한 기술은 지난해 기준 전체 일자리에서 적게는 38.8%, 많게는 70% 이상의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AI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AI가 시력, 청력, 말하기, 문제해결, 정교한 동작 등 44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을 평가한 다음 직업별로 요구되는 능력에 적용한 결과다.
보고서는 오는 2030년에는 AI를 활용한 업무자동화 고위험군 일자리 비중이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6년 뒤에는 AI가 70% 이상의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 일자리의 비율이 98.9%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또 현재 일자리 89.8%는 업무의 90% 이상을 AI로 대체가 가능하다고 보고서는 해석했다.
실제 오는 2030년의 AI 기술 수준을 감안하면 주방장 및 요리연구가, 패스트푸드 종업원, 냉난방 설비 조작원, 음료 조리사 등은 전체 직무(100%)의 자동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비교적 직무자동화 비율이 낮다고 예측된 의회 의원·고위공무원 및 공공단체 임원(64%), 항공기 조종사(78%), 작가(80%) 등도 60~80%는 대체 가능하고 봤다.
고소득·고학력 근로자일수록 AI 대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AI가 비반복적·인지적(분석) 업무를 대체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올해 노벨 화학상이 단백질 구조를 파악하는 AI 모델을 개발한 구글 AI기업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인 데미스 허사비스(48)에게 돌아갔다는 점을 봐도 확인이 가능하다. 오삼일 한국은행 고용분석팀장은 "AI 도입에 따른 일자리 대체 논의를 벗어나 AI를 활용한 생산성 증대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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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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