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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프람의 시각에서 바라본 '탄호이저' [최상호의 오페라 이야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0.28 18:28

수정 2024.10.28 18:28

최상호 국립오페라단장
최상호 국립오페라단장
국립오페라단 정기공연 '탄호이저'가 관객들의 환호 속에 막을 내렸다. '탄호이저'는 베누스와 엘리자베트로 상징되는 육체적 쾌락과 영적 사랑 사이의 갈등을 깊이 탐구한 작품이다.

이번에는 '탄호이저'에서 한 축을 담당한 볼프람의 시각으로 이 작품을 바라보면 어떨까. 그는 엘리자베트를 신앙과 구원의 상징으로, 베누스를 일시적인 쾌락의 허상으로 바라봤다. 탄호이저와 달리 이들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이 아니라 엘리자베스의 헌신적인 사랑만이 구원의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여겼다. 그의 신념은 신의 은총과 사랑을 통해서 구원될 수 있다는 기독교적 진리와 닿아있다.
또 음악과 시는 인간의 영혼을 고양시켜 구원으로 가는 도구로 봤다.

그런 볼프람은 엘리자베트를 사랑했다. 그의 사랑은 헌신적이고 순수한 사랑이었다. 이번 프로덕션에서 볼프람은 엘리자베스를 안고 싶어 하고 쓰다듬으려는 제스처를 취하다가도 멈췄다. 그 역시 인간의 본능을 갖고 있지만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다. 엘리자베트가 탄호이저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묵묵히 그녀의 곁을 지키고 탄호이저가 다시 돌아오길 바라고 기도한다. 특히 오페라 마지막 장면에서 엘리자베트가 탄호이저를 위해 기도하다 죽음을 맞는 장면에서 볼프람은 그 희생을 깊이 받아들이고 엘리자베트의 영혼이 구원받기를 바라는 노래를 부른다.

결국 볼프람의 입장에서 '탄호이저'는 인간의 죄와 신성한 사랑의 궁극적 힘을 상징하며 예술과 신앙을 통해 구원의 길을 찾는 여정으로 해석된다. 특히나 볼프람에 관해서 재미난 이야기가 있다. '탄호이저' 속 음유시인들은 대부분이 실재인물인데, 볼프람은 그 당시 유명한 시인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파르지팔(Parzival)'이 그의 작품이다. 하지만 이런 훌륭한 작품을 쓴 천재 작가가 문맹이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볼프람은 자신이 글을 읽지 못한다고 주장했는데, 다른 학문적 저술을 읽지 않고 오로지 그의 상상력과 구술을 통해 작품을 완성했다는 것이다. 이런 점이 그를 다른 시인들과 구분 짓는 독특한 인물로 만들고, 중세 궁정의 음유시인으로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게 했다.


이 일화는 오페라 속 볼프람 캐릭터에게도 상징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오페라 속에서 볼프람은 탄호이저에게 단순한 신앙과 도덕적 충고를 넘어서 인간의 내적 갈등을 이해하고 그것을 예술과 음악을 통해 승화시키려 한다.
그가 단순한 조력자가 아니라 예술적 통찰력을 가진 시인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며 그의 문맹에도 불구하고 깊은 지혜와 영적 통찰을 지닌 인물로 볼 수 있게 한다.

최상호 국립오페라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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