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세 부과, 한국 기업 부담 막대
민관 협력 세부 청사진 마련해야
민관 협력 세부 청사진 마련해야
EU가 이미 탄소국경조정제도를 잠정 시행하고 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2026년 1월이면 EU시장에 6개 품목을 수출하려는 기업은 반드시 탄소인증서를 구매해야 한다. 문제는 탄소중립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던 미국도 적극적으로 변했다는 점이다.
한국경제인협회가 28일 내놓은 '미국 청정경쟁법의 국내 파급효과 및 정책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CCA가 내년부터 시행될 경우 국내 산업계가 향후 10년간 부담할 비용은 총 2조7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CCA는 탄소를 배출하는 원자재에 온실가스 1t당 55달러의 탄소세를 부과하는 법이다.
CCA가 시행되면 해외에서 제품을 수입한 해당 기업들은 2026년 6월 30일까지 산업활동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사용전력과 함께 세부적으로 기록한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보고된 내용을 바탕으로 탄소비용이 부과되는 식이다.
EU보다 미국의 CCA가 더 무서운 이유가 있다. 최근 미국이 중국을 제치고 한국의 수출 대상국 1위가 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국의 수출 주력제품들은 대부분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업종이다.
미국이 저탄소 정책에 소극적이라는 생각도 착각이다. 이 법안의 취지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법안의 목적은 미국 내 기업과 외국 기업을 동일한 탄소규제로 묶자는 데 있다. 가령 중국 등 해외에서 생산되는 철강이 미국에 저가로 수입되면서 미국 내 철강산업이 위기를 맞았다. 미국 내 철강산업을 보호하려면 탄소를 과도하게 배출하는 해외 철강제품을 CCA로 규제해 미국 기업을 보호할 수 있다. 순수한 취지의 친환경 목적보다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한 산업논리가 깔린 셈이다.
EU와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 캐나다, 호주, 일본에 이어 중국마저 유사 법안을 준비 중이다. 글로벌 교역환경이 탄소중립 기준으로 바뀌는 것에 대비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세계적 흐름에 둔감한 것 아닌가 걱정이 앞선다. 실제로 최근 5년간 한국의 탄소집약도 개선 속도(2.4%)는 미국(4.9%), 일본(2.7%) 등에 비해 크게 낮다.
탄소중립 대책은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 수 없다. 우선 기업이 비용절감에 급급해 에너지 전환 투자에 늑장을 부려선 안 된다. 그렇다고 기업 홀로 풀 수 있는 숙제도 아니다. 발전 부문에서 무탄소 에너지 전환을 하려면 정부의 정책 목표와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그런데 현재 정부의 탄소정책이 산업적 측면에서 구체적 청사진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친환경과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갖추기 위해 필요불가결한 탄소중립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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