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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노인인구 1000만 시대의 ‘디지털 장벽’

이보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0.28 18:35

수정 2024.10.28 18:35

이보미 경제부 차장
이보미 경제부 차장
아이가 태어난 후 부모님과의 통화는 주로 아이 얼굴을 보여드리는 화상통화로 이뤄졌다. 그러다 가끔 음성통화가 오면 대부분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예약을 하거나, 문서를 작성해 이메일에 첨부하는 작업을 부탁할 때다.

"바쁘니?"라는 어머니의 첫마디에서 조심스러움이 묻어난다. "모르면 답답하다"며 여러 번 딸에게 방법을 물어본 기억이 있기에, 조심스러운 것이다. 딸의 잔소리를 들을지 모르지만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라는 불안감과 답답함이 더 크게 느껴졌으리라.

최근 어머니는 중장년층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파크골프를 시작했다.
운동하면서 즐거움을 느끼셨겠지만 온라인 예약을 할 때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파크골프는 저렴한 이용료와 낮은 진입 문턱으로 중장년층이 선호하는 생활체육으로 부상했다. 그러다 보니 예약 경쟁도 치열하게 진행된다. 서울 잠실파크골프장의 경우 매월 15일 서울시 공공예약 홈페이지에서 한 달치 예약이 열린다. 그러나 시작 후 몇 분이 채 지나지도 않아 한 달치 예약이 마감된다. 일명 '광클릭' 경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용자에 비해 구장 수 부족이 근본적 원인이다. 그러나 직접 해 보니 처음 하는 중장년층에겐 빈 시간대의 예약 창을 누르고 들어가는 것조차 어려워 보였다. 운이 좋게 시간대 진입에 성공해도 입력 과정이 늦어지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되기 일쑤다.

효율성을 위한 온라인 예약 시스템이 오히려 스마트기기 활용이 서툰 고령층에 여가활동을 어렵게 하는 높은 장벽이 된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령층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76.6%에 이른다. 그러나 67.2%가 여전히 디지털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했다.

코로나19 이후 쇼핑, 병원 예약, 택시 호출 서비스 등 생활 필수서비스에 스마트폰 이용이 늘어나면서 고령층의 디지털 소외는 사회적 문제로 부각됐다.

디지털 취약계층은 이제 단순한 불편 이상을 넘어서는 경험을 한다. 호출이 일반화된 택시를 잡지 못해 길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또 일정 금액 할인해주는 지역사랑상품권의 존재를 알면서도 앱 사용이 서툴러 쓰지 못하면 금전적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그동안 다양한 처방이 나왔지만 고령층이 겪는 실질적 어려움을 해소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올해 노인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
국민 5명 중 1명이 노인인 나라다.

디지털 전환이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라면, 효율성과 편의성을 앞세운 방식만 강조해선 안 된다.
우리 사회가 고령층의 접근성을 충분히 고려한 시스템을 설계하고 구축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때다.

sprin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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