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니?"라는 어머니의 첫마디에서 조심스러움이 묻어난다. "모르면 답답하다"며 여러 번 딸에게 방법을 물어본 기억이 있기에, 조심스러운 것이다. 딸의 잔소리를 들을지 모르지만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라는 불안감과 답답함이 더 크게 느껴졌으리라.
최근 어머니는 중장년층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파크골프를 시작했다. 운동하면서 즐거움을 느끼셨겠지만 온라인 예약을 할 때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파크골프는 저렴한 이용료와 낮은 진입 문턱으로 중장년층이 선호하는 생활체육으로 부상했다. 그러다 보니 예약 경쟁도 치열하게 진행된다. 서울 잠실파크골프장의 경우 매월 15일 서울시 공공예약 홈페이지에서 한 달치 예약이 열린다. 그러나 시작 후 몇 분이 채 지나지도 않아 한 달치 예약이 마감된다. 일명 '광클릭' 경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용자에 비해 구장 수 부족이 근본적 원인이다. 그러나 직접 해 보니 처음 하는 중장년층에겐 빈 시간대의 예약 창을 누르고 들어가는 것조차 어려워 보였다. 운이 좋게 시간대 진입에 성공해도 입력 과정이 늦어지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되기 일쑤다.
효율성을 위한 온라인 예약 시스템이 오히려 스마트기기 활용이 서툰 고령층에 여가활동을 어렵게 하는 높은 장벽이 된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령층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76.6%에 이른다. 그러나 67.2%가 여전히 디지털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했다.
코로나19 이후 쇼핑, 병원 예약, 택시 호출 서비스 등 생활 필수서비스에 스마트폰 이용이 늘어나면서 고령층의 디지털 소외는 사회적 문제로 부각됐다.
디지털 취약계층은 이제 단순한 불편 이상을 넘어서는 경험을 한다. 호출이 일반화된 택시를 잡지 못해 길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또 일정 금액 할인해주는 지역사랑상품권의 존재를 알면서도 앱 사용이 서툴러 쓰지 못하면 금전적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그동안 다양한 처방이 나왔지만 고령층이 겪는 실질적 어려움을 해소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올해 노인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 국민 5명 중 1명이 노인인 나라다.
디지털 전환이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라면, 효율성과 편의성을 앞세운 방식만 강조해선 안 된다. 우리 사회가 고령층의 접근성을 충분히 고려한 시스템을 설계하고 구축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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