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미국)=홍예지 기자】 이수형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예상보다 저조한 3분기 성장률에 "나도 놀랐다"면서도 일시적인 충격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기준금리 조정 실기론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 사람들이 김연아 선수한테 왜 은메달을 땄냐고 하는 것과 같다"고 반박했다.
선진국 여성 중앙은행 총재·금통위원 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한 이 위원은 24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이 위원은 한은 예상치(0.5%)에 한참 못 미친 3분기 성장률 속보치(0.1%)에 관해 "나도 약간 놀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시적 충격으로 조정되는지, 중장기적으로 충격이 지속되는지에 따라 통화정책의 방향이 달라진다"며 "지속적인 충격이라기보다 일회적 충격을 받았다는 게 설명력이 크다는 평가가 있다"고 했다.
한은이 금리 인하 시기를 놓쳤다는 '실기론'에 관해서는 이창용 한은 총재에 이어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이 위원은 "자영업자와 민간 소비가 어려운데 왜 금리를 내리지 않느냐고 하는데 우리 임무는 원래 물가 목표와 금융안정"이라며 "자영업이 어려운 것이 금리 인하로 해결되느냐, 해결된다면 얼마만큼 될 수 있느냐에 보수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은의 금리인하가 늦어 내수가 어려워졌다는 비판에 대해 "금리 완화로 부담을 더는 부분이 있지만 그게 주요 사항은 아니다"라며 "(통화정책은) 여러 요소와 경제 전반 건전성, 생산성, 체력을 고려해 우리 입장에서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했다.
이 위원은 실기론을 두고 "책임지지 않는 사람들이 김연아 선수한테 왜 은메달을 땄냐고 하는 것과 같다"라고도 비유했다.
앞서 이 총재도 금리를 과거 충분히 높였다면 현재 인하로 인한 효과가 컸을 것이라는 주장에 "환자를 일부러 아프게 하고 약을 쓴 다음에 명의라는 얘기를 들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반박했고, 인하 시기를 놓쳤다는 주장에는 1년 뒤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이 위원은 "경제 성숙도가 달라졌기 때문에 전통적인 통화정책을 했을 때 얼마나 내수를 끌어내는지, 민간에 활력을 줄 수 있는지는 과거와 같은 영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달 금리 인하 결정을 두고도 "개인적으로는 내수 회복이 더뎌서 금리를 내린 것은 아니다"라며 "코로나19 과정에서 금리를 올렸고 물가 상승세가 좋은 속도로 목표 수준에 도달하고 있어 금리를 정상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아울러 '자영업 양극화'가 두드러지면서 경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고빈도 데이터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위원은 "자영업도 유명 식당은 영업이 잘되는데 많은 분은 그렇게 느끼지 못하고 폐업 고민도 많다"며 "다양성을 적시에 정확하게 잡아낼 데이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높아진 환율 수준을 두고는 "위기 트라우마 있어서 환율이 높아지면 모든 경제 주체들이 긴장한다"며 "수준에 대한 판단은 적절치 않고 외화 유동성 부분은 걱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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