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미래기술, 어떻게 쓸 것인가

김동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0.29 18:03

수정 2024.10.29 18:03

김동규 사회부 기자
김동규 사회부 기자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생산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노동력의 수를 줄이지만, 발달한 인공지능(AI) 기술이 노동생산성을 향상시켜 저출산·고령화 현상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것이다." 이홍직 한국은행 조사국 물가고용부장은 지난 14일 기자에게 앞으로 일어날 경제구조의 변화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합계출산율이 0.72명이므로 당연하다. 인구 감소는 사이먼 쿠즈네츠가 이야기한 근대적 경제성장(MEG)의 전제를 붕괴시키는 일이다.
근대적 경제성장이란 쉽게 말해 인구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장기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세계 대다수의 국민국가는 자국 경제에서 MEG가 이뤄지는 것을 상정하고 경제계획을 세울 만큼 MGE는 현대 경제상황에서 '상수'다. 그렇기에 MEG의 붕괴는 '노멀(Normal)'의 붕괴라고 할 수 있다.

인구 감소는 단순히 '사람이 줄어든다'에서 그치지 않는다. 우리가 지금 향유하고 있는 물질적 풍요를 더 이상 지금 수준만큼 누릴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구 감소가 곧 생산력 후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해 필수 불가결한 재화 등을 만드는 활동인 생산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데, 그 인간이 줄어들면 어떻게 될지는 불 보듯 뻔하다. 혹자는 '로봇을 이용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지만, 그 로봇을 통제·조종하는 것 역시 인간이다.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생산력을 지금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단 한 가지다. 생산성, 즉 투입한 노동시간과 견줘 산출되는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다. 그리고 이 방안을 실현할 유일한 대안은 지금으로선 아쉽게도 AI 기술 발달에 기대는 것밖에 없는 듯하다. 법·제도 등 이데올로기적 요소는 바꾸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물론 AI 기술에도 부작용은 있다. 생산성 효율화를 극대화하기 위해 도입한 이 과학·기술이 되레 인간의 일자리를 뺏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또 AI 기술에 대한 접근성의 차이와 활용능력의 차이가 개인 간, 기업 간, 심지어 국가 간 소득격차로 이어진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우리는 발달하는 AI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지 생각해야 한다. 과학·기술 발달이 무한하다고 하더라도 사회제도적으로 이를 수용할지 안 할지 결정하는 것은 역시 우리 인간이다.
지금이라도 경제학자, 심리학자, 윤리학자, 종교 전문가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한데 모아 자신들의 분야에서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AI 기술 활용에 대한 공론의 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kyu0705@fnnews.com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