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증한 CB, '오버행 이슈' 키운다
30일 코스콤 CHECK에 따르면 주식전환사채(CB) 발행 잔액은 이날 기준 28조5297억원에 이른다. 지난 2014년 12월 말 기준 CB잔액이 2조6482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10년 사이 10배 이상 폭증했다.
CB는 일정한 조건에 따라 채권을 발행한 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이다. 전환 전에는 확정이자를 받을 수 있고, 주가가 채권 액면가보다 오를 경우 주식으로 교환해 차익을 누릴 수 있다. 이러한 CB는 초저금리 시기 유동성이 풍부했던 2020년과 2021년 사이 크게 증가했다.
이 시기 순발행 규모는 2020년 4조6230억원, 2021년 5조5652억원에 달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유동성이 풍부한 초저금리 시기, 현금 융통이 어려운 기업들이 '장밋빛' 미래를 투자자에 제시하며 주식연계채권으로 자금을 조달한 결과다.
문제는 해당 CB의 주식전환 물량이 한꺼번에 풀리면서 주가 상승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바이넥스 CB 주식전환 물량은 지난 10일 하루에만 200억원에 달했다. 해당 CB는 회사가 지난 2020년 10월 6일 380억원어치 발행한 것으로 표면이자율은 0% 수준이다. 주식 전환가격은 2만1665원이다. 지난해 10월 7000원선까지 추락했던 주가는 올해 들어 점차 상승을 거듭하며 이달 2만5000원선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신주가 시장에 대거 풀리면서 주가는 다시 열흘 사이 2만400원(29일 종가 기준)까지 하락했다. 물론 미국 대선, 실적 시즌 경계감이라는 대내외 악재까지 더해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지지부진한 주가, 메자닌 풋옵션에 '조마조마'
주식연계채권의 주가가 주식전환가에 못 미치면 신용도를 흔드는 부메랑이 되기도 한다. 만기가 코 앞인데 투자 기업의 주가가 지지부진하면 투자자들은 조기상환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다.
코스콤 CHECK에 따르면 CB 연간 만기도래분은 올해만 5조21000억원에 달한다. 2025년 3조8078억원, 2026년 7조4820억원 수준이다. 투자자들이 CB 시세차익에 실패할 경우 결과적으로 기업들이 현금으로 만기일에 돌려줘야 하는 '빚이다. 실제로 코스피 상장사 제약기업인 이연제약이 최근 한 달 동안 7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전환사채(CB) 풋옵션 신청을 받은 결과 풋옵션 비율은 100%에 달했다.
해당 CB는 2021년 7월 발행한 것으로 만기일은 2026년 7월이다. 만기까지 1년 이상 남았지만 지난 26일 700억원을 모두 현금상환해야 했다. 해당 CB의 전환가는 2만2857원이지만, 지난 11일 종가는 1만3850원에 그쳤다.
CB보다 규모가 크지 않지만 신주인수권부사채(BW) 리스크도 적지 않다. BW는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일정액의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워런트)가 붙은 채권이다. CB와 다른 점은 CB가 전환에 의해 그 사채가 소멸되는 데 비해 BW는 인수권의 행사에 의해 인수권 부분만 소멸될 뿐 사채부분은 계속 효력을 갖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인수 권리를 행사할 때에는 신주의 대금은 따로 지불해야 한다. BW의 만기 도래분은 올해 3111억원, 2025년 3788억원, 2026년 5671억원 수준이다.
가령 한국유니온제약은 지난 9월 신주인수권부사채(BW) 풋옵션 비율이 91.14%에 달해 182억원을 한꺼번에 상환해야 했지만, 대응하지 못했다. 이에 신평사들은 한국유니온제약의 신용등급을 CCC0 수준까지 강등했고 더 나아가 하향검토 대상에 등록했다. 즉 디폴트(D) 수준으로 하향할지 검토하는 단계이다. 하향검토 대상에 등재한다는 것은 기업이 6개월 안에 채무 상환능력이 떨어졌다고 판단될 경우 등급을 추가로 강등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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