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트레이닝복엔 운동화, 정장엔 구두, 원피스엔 단화. 깨서는 안 될 것만 같은 신발 공식이 올 가을엔 완전히 뒤집혔다. 뉴욕 기반 스타일리스트 앨리슨 본스타인이 출간한 도서 'Wear It Well'에서 제안한 '잘못된 신발 이론'이 불러온 변화다. 전체적으로 일관된 룩을 연출하되, 마지막에 신발을 고를 때에는 기존의 신발 공식을 깨고 정반대의 신발을 선택해 새로운 코디를 창조하는 방식이다. 어딘가 익숙한 이 발상은 다름 아닌 '믹스매치'의 새로운 해석이기도 하다.
■시즌을 넘나드는 털부츠의 매력
10월 31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털부츠와 숏츠의 조합은 놈코어룩(Normal+Core) 트렌드를 반영한 패션 스타일로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자칫 이 조합은 계절감에 어긋난 '잘못된' 코디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겨울철 방한 아이템으로 여겨졌던 털부츠를 계절에 상관없이 다양한 룩에 매치하는 방식은 고정관념을 탈피한 스타일링을 '힙하다'고 인식하는 Z세대의 특성과 맞아떨어져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 내고 있다.
새로운 스타일과 함께 본연의 방한 목적에도 충실한 다양한 아이템들이 눈길을 끈다. LF가 전개하는 뉴욕 감성 컨템포러리 브랜드 질스튜어트 뉴욕(JILLSTUART NEWYORK)에서 선보인 미니퍼 부츠는 생활 방수 코팅 처리된 천연 소가죽과 따뜻한 천연 양모 소재로 제작돼 착화감과 보온성을 모두 갖췄다. 부츠의 안감과 바닥면 전체가 100% 양모로 구성돼 있어 고급스러운 퀄리티를 자랑한다.
'맨다리+털부츠'에 변주를 주는 퍼 슬리퍼도 눈여겨볼 만하다. Z세대의 대표적인 스타일 참고용 사진 플랫폼 핀터레스트에서 편안한 무드의 스타일 '컴피 웨어(comfy wear)'에서 빠질 수 없는 아이템이다.
프리미엄 레더 슈즈 브랜드 쿠에른(CUEREN)도 털부츠만의 독특한 질감을 디자인에 한껏 살린 신제품을 내놨다. 천연 양모로 만든 '라플란드 컬렉션 시어링 부츠'는 부츠 안의 발끝까지 양모를 가득 채워 보온성이 탁월하다.
■'잘못된 신발 이론' 인기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판매하는 어그(UGG)는 털부츠의 원조격이다. 이번 시즌에서는 기존 인기 제품을 재해석해 '클래식+새로움'을 콘셉트로 한 다양한 형태의 신제품을 내놨다. 하니가 착용해 화제를 모은 '뉴 하이츠(New Heights)'는 어그를 대표하는 클래식 부츠 실루엣에 통굽 대신 트윈 힐을 더해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재탄생한 제품이다. 발목 기장의 미니 부츠부터 종아리 기장의 숏 부츠, 슬리퍼 형태의 클로그 등 총 다섯 가지 스타일 모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다소 난해해 보이는 '잘못된 신발 이론'이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는 그들의 소비 습관이 점차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유행에 피로감을 느낀 이들은 더 이상 트렌드에 맞춰 옷이나 신발을 새로 사기보다는, 기존에 가진 아이템을 활용해 새로운 조합을 시도하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창조한다. 특히 신발과 옷의 믹스매치를 통해 다양한 스타일링을 연출하는 것이 하나의 놀이처럼 자리 잡으며, 패션에 대한 자유로운 태도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LF가 수입·판매하는 미국 포틀랜드 기반 아웃도어 브랜드 킨(KEEN)은 다양한 방한 슈즈를 선보이며, 이용자의 편의와 기능성을 모두 고려한 제품들을 제안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받는 제품은 '하우저' 시리즈로, 경량성과 편안함을 강조한 슬라이드 슈즈다. 안감은 따뜻한 플리스 원단으로 되어 있어 보온성이 뛰어나며, 겉감은 털, 체크, 스웨이드, 나일론 등 다양한 소재로 제공되어 선택의 폭이 넓다.
부츠 형태의 하우저는 LF몰에서 주요 사이즈가 빠르게 품절되는 등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부츠의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뒤축을 깊게 디자인하여 신고 벗기 용이하며, 캠핑 슈즈로도 제격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기후 변화로 짧아진 가을 시즌을 위한 신발을 따로 대비하기보다는, 겨울용 방한 슈즈를 가을부터 착용해 최대한 활용하려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트렌드에 반영된 것"이라고 전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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