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분기 DS 영업익 4조 못미쳐
HBM3E 공급으로 전환점 기대
HBM3E 공급으로 전환점 기대
시장에선 삼성의 실적전망을 한참 낮춰 4조2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예상했는데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이보다 더 못한 성적표를 냈다. 적자가 1조원대 중·후반으로 추정되는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의 경쟁력이 여전히 뒤처져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메모리 사업부의 이익은 최대 7조원에 육박하며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전반적으로 반도체 고부가가치 신사업의 지체와 기존 메모리 반도체 위상 약화가 삼성이 안고 있는 위기를 반영한다.
삼성의 위기론은 대외적 산업 불안정성과 대내적 경영 불확실성에서 찾을 수 있다. 삼성의 위기를 외부환경에서 찾는 건 변명에 불과하다. '반도체 겨울론'은 갑자기 찾아온 악재가 아니다. 시장 수급 사이클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도 실력이다. 예측에 걸맞게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공급량과 공급 시기 및 고객전략을 수립하는 게 정석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자국 기업 이기주의를 앞세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서두른 게 삼성의 위기로 작용했다는 해석도 궁색하긴 마찬가지다. 미국의 반도체 패권주의가 오히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면서 한국 반도체는 득과 실을 모두 얻었다고 본다. 반도체 경기와 미국의 공급망 주도 속에서도 잘나가는 기업들이 있다는 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렇다면 내부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삼성이 잘했던 것을 먼저 복기해 보자. 전문가들은 위기의 삼성을 촉발한 증후군으로 지난 2019년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팀 해체 결정과 끊임없는 파운드리 사업부의 이해충돌 및 분사 논의, 미등기이사 신분인 이재용 회장의 위상을 꼽는다.
이 세 가지 증후군은 사실상 의사결정의 한계를 가리킨다. 신속하고 책임 있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것을 삼성 위기의 핵심으로 지목한 것이다. 이런 상태의 리더십이 회복돼야 과거 삼성이 잘했던 초격차 기술력 확보와 시장 주도력이 되살아날 수 있다. 재빠르게 시장 변화를 읽어내고 대규모 인수합병으로 대응해온 삼성의 저력을 되살려야 한다.
급변하는 첨단산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인재를 확보하고 창의적이며 공정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노력도 요구된다. 제아무리 천문학적 투자를 쏟아부어도 반도체 전문인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고철 덩어리에 불과하다.
문제는 인재 확보 노력만으로 전문성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많은 연봉과 보상을 제시해도 낡은 기업문화를 환골탈태시키지 못하면 우수한 인재들은 회사를 떠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관료주의적인 조직문화 청산이 시급하다. 관료주의가 만연한 기업은 결코 첨단기술의 변화를 따라잡을 수 없다.
다행히 삼성전자는 성장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HBM3E에 대해 "주요 고객사 퀄테스트(품질검증) 과정상 중요한 단계를 완료하는 유의미한 진전을 확보했고, 4·4분기 중 판매 확대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위기에서 반전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앞서 밝힌 대로 총체적 위기의 근본인 의사결정시스템 개선과 인재 확보, 창의적 조직문화 전환에 매진해 실적 전환의 토대를 다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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