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한국 경제 경쟁력의 갈림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0.31 18:31

수정 2024.10.31 18:34

최상대 주OECD 대사
최상대 주OECD 대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금년 7월 한국 경제보고서에서 한국의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해 중소기업 부문의 생산성 증대와 함께 총요소생산성 개선을 위한 반경쟁적 규제 철폐 등 지속가능한 경쟁력 제고정책을 권고한 바 있다.

한국 경제 경쟁력의 흐름을 살펴보면 1960~1980년대에는 인적·물적자본 투입을 통해 빠르게 성장했다. 중진국 도약 과정에서는 인력투입과 자본형성이 성장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산업 전반에서 임금이 상승하였고, 과잉투자로 자본의 한계생산성도 하락하면서 경쟁력이 저하됐다. 이에 대응해 1990년대 이후에는 첨단기술 개발, 디지털화 등을 통해 경쟁력을 제고해 성장구조 전환에 성공했다.
실제로 1980년대에는 수출에서 의류와 철강 비중이 가장 높았으나 2000년대 이후 반도체 등 IT부문과 자동차가 전체 수출의 40% 내외로 확대됐다.

이러한 한국 경제의 경쟁력 제고에는 기술투자 확대 및 규제완화, 경쟁촉진 등 구조개혁이 주된 배경으로 작용했다. 먼저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율이 1990년 1.6%에서 2022년 약 5%로 상승했으며, 신기술분야 스타트업 지원도 강화됐다. 효율적 자본조달을 위해 금융·외환시장 자유화가 이루어졌으며, 외국인직접투자(FDI) 규제완화 및 금융시장 개방도 추진됐다. 시장의 자율성을 높이면서도 한국 정부는 공정거래위원회 기능 확대, 반독점행위 처벌 강화 등을 통해 공정한 시장경쟁을 촉진했다.

최근 한국 경제는 노동과 자본 투입 정체 속에 생산성 증가도 둔화되며 성장잠재력이 저하되고 있다. 무엇보다 합계출산율이 2000년 1.5명에서 2023년 0.7명으로 낮아지는 등 저출생이 심화되면서 경제활동인구 증가가 크게 둔화되었으며, 경제성숙도 증대로 자본의 한계생산성도 낮아졌다. 또한 경제성장률에 대한 총요소생산성의 기여도는 2000년대 약 2%에서 2020년 이후 0.2%로, 10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다. 지난 수십년간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이었던 세계 교역 증가세가 둔화되고 글로벌밸류체인(GVC)도 변화하고 있다. 가장 큰 수출 대상국인 중국의 성장세가 약화된 가운데 우리나라의 주요 중간재 수출 대상지역인 동남아시아에서는 중국과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성장잠재력 저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경제의 역동성을 되살리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최근 정부는 혁신을 위한 환경 조성, 시장경쟁 강화, 사회이동성 제고 등을 통해 경제의 역동성 제고를 추진 중이다.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신산업 투자를 지원하고 서비스업 생산성을 제고하는 한편 경쟁제한적 규제와 기업 진입장벽을 해소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교육시스템 개선 및 근로유인 제고를 통한 경제활동 참여 확대를 추진할 것이다. 이러한 구조개혁이 성공한다면 우리 경제의 역동성이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한다.

잠재성장률 하락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 저성장은 보호무역주의와 같은 단기성장 제고정책으로 이어졌으며, 그 결과 구조개혁과 세계교역이 정체되었다. 특히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각국은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 산업정책, 보호무역조치 등을 통해 고용둔화, 고물가 등 단기과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장기적 관점에서 생산성 제고에 도움이 되지 못하며 오히려 산업경쟁력 저하, 교역둔화를 통해 성장잠재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장기성장 제고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 세계적 구조개혁의 부활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OECD를 비롯한 국제기구의 역할이 중요하다. 최근 OECD는 성장잠재력 제고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프레임워크를 체계적이고 포괄적으로 측정하기 위한 'OECD 경쟁력 지표(Competitiveness Indicator)' 도입을 추진 중이다.
주OECD대표부는 한국의 역동경제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되도록 OECD 관련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공유함으로써 한국 경제의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고자 한다.

최상대 주OECD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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