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시티 100층 계단 도전해보니
전국서 소방공무원 921명 참여
20㎏ 장비 지고 100층 계단올라
장비없는 간소복 종목 참여한 기자
무거워진 다리에 35층부터 ‘한계’
전국서 소방공무원 921명 참여
20㎏ 장비 지고 100층 계단올라
장비없는 간소복 종목 참여한 기자
무거워진 다리에 35층부터 ‘한계’
올해로 3회째 열린 '전국소방공무원 해운대 엘시티 100층 계단 오르기 대회'에 참가한 소방대원들이 올라야 할 계단 개수만 2372개다. 대회에 출전한 소방공무원들은 소방장비를 다 착용하고 오르거나 간소복(종목)으로 대회에 임했다.
이 자리에 모인 소방관들만 부산지역 259명과 타지역 662명으로 총 921명에 달했다.
여기에 대형화재때 소방당국과 협력해 화마와 싸우는 긴급구조지원기관 7곳에서 31명이 참여해 총 952명의 선수들이 출발선 앞에 섰다.
기자도 대회 시작선 앞에 섰다. 소방관들이 임하는 훈련을 함께 체험할 기회가 주어져 13명의 취재기자들이 소방 장비를 쓰거나 간소복으로 엘시티 계단 정복에 나섰다.
소방복과 방화 헬멧, 산소통 등을 모두 착용하면 20㎏에 달한다. 필히 완주해 층층이 오를 때마다 느낌을 모두 기록하기 위해 간소복을 택했다. 장비 없이 오르는 데도 중간중간 고비를 만났는데, 장비를 모두 차고 오른 소방관들은 오죽했을까.
'101층 계단 오르기' 시작알림과 함께 기자도 출발했다. 첫 페이스는 빠른 걸음으로 시작했다. 두 계단씩 성큼성큼 올랐다. 벽에 5층 글씨를 볼 때쯤 허벅지가 아려왔다. 빠른 걸음으로 한 계단씩 올랐다. 10층을 지날 무렵 빠른 걸음조차도 다리가 아려와 한 칸씩 차분히 올랐다. 16층에 다다랐을 때 배에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하더니 22층부터는 침이 마르기 시작했다.
걸어가면서 옥상까지 대피하는 데 쉴 순 없다 생각해 계속 잰걸음을 재촉했다. 생각을 비우고 무작정 올랐지만 35층에 도달했을 때 한계에 달했다. 처음으로 잠시 쉬며 호흡을 골랐다. 10초 가량 쉬고 다시 걸음을 내디뎠다.
다시 생각을 비우고 한 걸음씩 옮기다, 42층이 보일 무렵 천천히 오르는 것조차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중도 포기 없이 체험기를 완성하고자 두 번째 쉬는 시간을 보냈다. 30초가량 숨을 고르고 다리를 주물렀다.
48층, 대피소에 다다랐을 때 소방본부 대회 관계자들과 언론사 카메라가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20층 대피소에도 대회 관계자들이 물병을 준비해 두고 있었지만 지칠까 싶어 지나쳤다. 지금은 아닌 것 같았다. 물을 받아 한 모금 들이킨 뒤 물병을 들고 다시 올랐다.
그러나 몇 걸음 옮겼을 때 시야가 살짝 흐릿해졌다. 이마에 땀이 맺히고 눈썹과 속눈썹까지 흘러내렸다. 수분 보충을 하고 다시 페이스를 유지했다.
꽤 오래 한 걸음씩 계속 걸어 올라갔다. 62층에 설치된 카메라를 지나 계속 가고 싶었으나 63층에 도착했을 때 다시 걸음이 무거워졌다. 10초만 숨을 고르고 다시 올랐다.
이 무렵 많은 생각이 들었다. 엘시티에 불이 나면 골든타임은 과연 몇 분일까? 만약 스프링클러도 무용지물 될 정도의 대형 화재가 나면 대피못한 고층 사람들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구조는 얼마나 이뤄질 수 있을까?
실제 화재현장에 투입되는 소방당국의 고가 사다리차가 물을 쏘아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최대 높이는 50층 정도다. 때문에 초고층 건물에서 화재 등 재난 상황이 일어나면 소방관이 직접 계단을 올라 구조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80층 무렵에 한 차례 더 쉰 뒤 멈춤 없이 올라 31분 13초 기록의 완주로 마무리했다.
이번 경기에 나선 소방인들은 모두 강철 체력을 자랑했다. 방화복 종목 1등은 20분 25초를 끊은 서울 중랑소방서 임건엽 소방교가 영예를 차지했다. 간소복 종목은 14분 30초에 결승선을 통과한 경기북부 일산소방서 소방위가 우승을 차지했다. 두 종목 모두 역대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lich0929@fnnews.com 변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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