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기업·종목분석

삼성전자 "HBM 나아간다" 말하지만...시장은 '글쎄' [e종목은 왜]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1.01 13:15

수정 2024.11.01 13:16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제공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는 희망을 말했지만, 시장은 현실을 말했다. 실적을 받아 본 증권가도 목표주가를 낮췄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주가는 오후 1시 기준 5만8700원을 가리키고 있다. 전일 대비 0.68% 하락한 수치이다.

전날(10월31일) 삼성전자가 3·4분기 세부 실적을 공개했다.
삼성전자의 3·4분기 영업이익은 9조18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7.37% 늘었지만,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 10조7720억원을 밑돌았다. 매출은 79조987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7.35% 증가했다. 종전 분기 최대 매출인 2022년 1분기(77조7800억원) 기록을 뛰어넘었다.

반도체 사업의 실적이 문제였다.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매출 29조2700억원, 영업이익 3조8600억원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선 눈높이를 낮춰 DS 부문이 4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이보다도 낮았다.

이에 증권사들은 목표주가를 낮췄다. 삼성전자의 컨퍼런스콜이 끝난 뒤 다올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11만원에서 9만3000원으로 15.45% 하향 조정했다. BNK투자증권은 7만6000원으로 내리며 8만원선이 무너지는 목표주가도 발생했다. 한국투자증권(9만6000원→8만3000원), 대신증권(10만원→8만5000원)도 목표가를 내렸다.

BNK투자증권 이민희 연구원은 "DS 부문에서 2조원가량의 일회성 비용이 발생해 영업이익이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라며 "경쟁사들은 고용량 서버 메모리와 HBM3E 등 프리미엄 제품의 매출 비중이 늘어나 평균판매단가(ASP) 상승폭이 컸지만,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비중이 작아 D램과 낸드 ASP 상승폭이 한자리 후반대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주요 고객사의 퀄테스트에서 '유의미한 진전'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3E 샘플을 제공하고 퀄테스트(품질검증)를 받는 등 최근 유의미한 진전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 측은 "현재 주요 고객사 퀄테스트 과정상 중요한 단계를 완료하는 유의미한 진전을 확보했고, 이에 4·4분기 중 판매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며 엔비디아 납품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증권가에선 신중한 반응을 보인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관련 성과가 확인될 때까지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다올투자증권 고영민 연구원은 "HBM3E 퀄테스트가 유의미하게 진전됐다는 건 기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 요인"이라면서도 "HBM3E 12단이 아닌 8단일 가능성이 크고, 삼성전자의 HBM이 고객사의 하이엔드 제품에 탑재되는 것인지 확인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 이승우 연구원도 "삼성의 시간과 시장의 시간, 삼성의 언어와 시장의 언어에는 아직 간극이 있어 보인다"며 "삼성이 극적 변화를 통해 이 간극을 줄여나간다면 삼성도 점차 예전의 위용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다음에는 계획서가 아닌 증명서가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5만원대의 가격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황이라, 주가순자산(PBR)을 고려하면 주가가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은 작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한국투자증권 채민숙 연구원은 "HBM 판매량 확대가 경쟁사 대비 지연되고, 파운드리 수요 회복 시점도 예상보다 늦어지며 당분간 삼성전자 실적 기대감을 갖기 어려울 것"이라며 "다소 긴 호흡으로 접근하기를 추천한다"고 밝혔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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