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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욱 동북아 안보 리뷰] 미국 대선이 가져올 한반도 안보 파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1.03 18:34

수정 2024.11.03 18:38

한미동맹 철통수호 하며
우리 국익과 접점 찾아야
혹한 속 스마트외교 필요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겨울이 오고 있다(Winter is coming). 매서운 추위가 동반될 것이다. 계절만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두 개의 전쟁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것은 물론 미국 대선 이후 숨 가쁘게 돌아갈 국제정치를 비유하는 이야기다. 혹한은 국제질서의 불확실성과 예측 불가능성을 심화시킬 것이다. 투·개표도 하기 전에 사전투표함에 불이 나는 소동이 벌어지고, 트럼프 후보는 개표 완료 전에 선거 승리를 선언할 것이라는 소문 등 극단적 대립으로 후유증이 심상치 않을 조짐이다.
미국 대선은 패자가 선거 패배를 선언함으로써 승자가 결정되나, 이번 선거에서는 이런 아름다운 전통조차 찾아보기 힘들 것 같다. 프랑스의 정치학자 알렉시 드 토크빌이 칭송했던 미국의 선한 민주주의는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

나토(NATO) 등 서방과 한일 양국 등 전통적 우방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 심지어는 북한도 숨죽이며 5일 밤잠을 설치며 개표를 지켜볼 것이다. 그만큼 미국 대통령의 영향력이 전방위적이고, 해리스와 트럼프 후보의 공약 차이가 매우 크기 때문에 선거 결과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 탈냉전 이후 가장 심각한 도전을 맞고 있다는 인식은 공유하지만 해법은 극과 극으로 세계 경제와 안보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2025년부터 4년간이 바이든 행정부의 2.0 시대가 될지, 아니면 트럼프의 ABB(Anything but Biden·바이든 지우기) 정책이 추진될지 주목되는 이유는 한국은 물론 각국의 국익이 첨예하게 걸려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중국 다음의 경제적 압박 타깃으로 한국을 선택하고 '그들은 머니머신(They are Money Machine)'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는 과거 서울 여의도에 건설한 '대우트럼프 타워' 건설사업에서 한국이 부자라는 돈냄새를 맡았다. 대통령 시절 헬기로 경기 평택 미군기지에서 서울로 오면서 삼성 반도체 공장을 보고 주한미군 철수 카드로 대한 압박을 결심했다. 그는 자신이 재임 중이면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비용으로 연간 100억달러(약 13조원)를 지불하게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방위비 협상은 일차 시련이고, 전기차 등 미국 현지 한국 투자사업에 대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 축소와 함께 보편적 관세 인상 등이 기다리고 있다. 그는 "관세는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이자 제일 좋아하는 단어"라고 했다.

북한과의 쇼맨십 정상회담 등 변칙적인 국제 안보거래도 예상된다. 북핵 인정 등 전대미문의 난제를 연속해서 치고 나올 것이다. 한미동맹보다는 불량국가들과 금기시되었던 거래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 비율을 3%까지 인상하라고 동맹국들을 압박할 것이다. 그의 머릿속에 가치에 입각한 동맹(deep alliance)은 없다. 한국은 러북 군사밀착 속에서 커지는 '트럼프 리스크'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기존 한미동맹의 기조와는 결이 다른 흐름이 예상된다.

선거 과정에서 심화한 미국 정치의 양극화는 선거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다. 갈등의 골이 환경, 노동, 인권 및 낙태권 등 전 분야로 확대되어 단기에 화합과 통합으로 나아가는 것은 용이하지 않다. 양극화로 미국 국내정치의 성공이 불투명해질 경우 미국 대통령의 권한이 외교 분야로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해외 분쟁 불개입과 자국 우선주의, 극단적 보호무역과 미국 내 생산 압박 이슈가 커지면서 심각한 파장이 한반도에 밀려올 수 있다.

한미동맹 71년 만에 동맹의 뿌리가 흔들리는 돌연변이 검은 백조인 '블랙 스완(black swan)'이 나타날 수 있다.
18세기 호주 남부에서 발견된 흑고니는 백조는 무조건 하얀색이라는 기존 관념을 바꾸어 놓았다. 한미동맹을 수호하면서 우리의 국익과 접점을 찾아야 한다.
북서풍이 불어오는 계절, 미국 선거 결과는 냉엄한 국제정치 흐름하에서 우리의 국익을 수호하기 위한 세심하고 노련한 '스마트 외교'를 요구하고 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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