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고수익 보장" 해외로 간 투자리딩방 사기꾼…매달 500억원 '꿀꺽'

강명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1.04 16:42

수정 2024.11.04 19:56

리딩방 검거 1648명, 대부분 국내 피의자
동남아 거점 활동 지속, 중국인 총책 추적중
"범죄수익 차단 우선돼야"
/사진=뉴스1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A씨는 데이트 앱에 접속했다가 중국 동포 여성 B씨와 연락하게 됐다. A씨는 투자 정보를 알려준다는 B씨의 말을 믿고 투자리딩방에 가입했다. 이후 리딩방에서 알려주는 가짜 주식거래 사이트에 접속해 비상장 주식에 5000여만원을 투자했다. 얼마 뒤 주식 가격이 올라 매도하려 하자, 리딩방 직원과 B씨 모두 잠적했다. A씨는 경찰에 신고하고 나서야 뒤늦게 실제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고수익을 내게 해주겠다며 개인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투자리딩방 사기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투자리딩방을 비롯한 최근 사기는 총책 등 범죄자들이 해외에서 범행을 저지르고 있어 피해 구제도 쉽지 않다.

4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투자리딩방 불법행위 특별단속으로 적발한 건수는 3649건이다. 이들 통해 1648명을 잡아들였다. 피해액은 7000억원에 이른다. 단순 계산할 경우 매달 500억원 안팎의 피해가 발생하는 셈이다.

그러나 검거 피의자 대부분은 국내에서 활동하는 이들이라는 점이 한계다. 해외파 투자리딩방 조직 검거율은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특히 미얀마·라오스·태국 3개국이 접하는 '골든 트라이앵글'과 캄보디아 등 동남아 지역 사기범들의 신병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국가는 정치, 사회 상황과 맞물려 국제공조 등이 순조롭지 않다는 것이다.

동남아 범죄조직의 윗선은 중국인이라는 얘기도 있다. 동남아 피의자의 경우 일부 특정이 되고 있지만 중국인 총책 등은 아직 추적 단계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관리자급이 검거되더라도 총책이 또 다른 이들을 끌어들여 새로운 범죄를 저지르는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중국인 총책들은 해외에 머무르는 데다 텔레그램으로 소통하고 있기 때문에 추적이 훨씬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은 특별단속을 1년 연장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초국경 범죄 특성상, 검거와 별도로 사전 예방 조치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찰이 입법 추진하는 '다중사기피해방지법(가칭)'이 대표적이다.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투자리딩방, 문자 사기(스미싱) 등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사기범죄를 예방한다는 취지다. 사기 사건 등 접수창구를 단일화하고 계좌를 사전에 동결하는 내용이 담긴다.

경찰은 21대 국회에서 비슷한 내용의 사기방지기본법 입법을 추진했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당시 법무부, 금융위원회 등 다른 부처의 반대 등에 부딪혀 통과되지 못했다.

아울러 범죄 수익금을 확보하는 통로를 차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학부 교수는 "최근에는 물리적 폭력 범죄보다 사기 등 지능범죄가 크게 증가하면서 경제적 피해로 이어지고 있지만 처벌은 여전히 미약한 수준"이라며 "해외 거점 사기 범죄를 막기 위해 계좌 차단 등 복잡한 절차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경찰 관계자는 "증권사 등 검증된 투자기관이 아닌 곳이나 개인적으로 오는 연락 등을 통한 투자는 사실상 사기라고 보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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