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전남 여수경찰서에 따르면 살인 혐의로 긴급체포된 A씨는 지난 3일 오후 11시께 여수시 신월면의 한 단독주택에 침입해 거실에 있던 B씨(70대·여)를 흉기로 찌른 뒤 달아났다. 왼쪽 가슴을 찔린 B씨는 함께 살던 딸에 의해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다음날 새벽 숨졌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20여년 전부터 여수 지역에서 선원으로 일하며 B씨 가족과 막역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B씨는 평소 A씨를 자주 집으로 초대했고, A씨는 이 과정에서 서랍장에 금품이 보관된 사실을 알게 됐다. 타지에 주민등록을 둔 A씨는 여수에 터를 잡은 뒤 B씨 가족과 가깝게 지내왔다.
최근 직장을 잃고 수입이 끊긴 A씨는 B씨의 집을 털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B씨 가족이 대문 앞 수도계량기 위에 열쇠를 보관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이를 이용해 집 안으로 들어갔다. A씨는 범행 전 술을 마신 상태였던 것으로도 확인됐다.
A씨는 신원이 드러나지 않도록 챙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했으나 거실에서 B씨와 마주쳤다. B씨가 소리를 지르자 몸싸움이 벌어졌고, A씨는 주방에 있던 흉기로 B씨를 찔렀다. 그는 금품을 훔치지 못한 채 달아났고 흉기는 집 근처 공터에 버렸다.
A씨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도주하다 사건 발생 15시간 만인 4일 오후 2시께 전남 순천버스터미널에서 검거됐다. 경찰은 A씨가 연고가 없는 경남 진주 방면으로 도주를 시도하던 중이었다고 밝혔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 사실을 모두 시인했다.
생활고에 시달리다 오랜 지인을 살해한 A씨에 대해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