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보관액 132조원... 역대 최대
코스닥 시가총액 3분의 1 규모
보관액 1위는 테슬라
주식 이민 내년에도 이어질 것
코스닥 시가총액 3분의 1 규모
보관액 1위는 테슬라
주식 이민 내년에도 이어질 것
[파이낸셜뉴스] 개미들의 미국 주식 투자 규모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지난달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액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지지부진한 국내 증시와 달리 미국 주식시장은 상승랠리를 이어가면서 '동학개미의 서학개미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이 분석이다.
5일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서학개미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958억7000만달러(약 132조원)에 달한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지난 2011년 이후 하루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다. 올해 초 600억달러 규모와 비교하면 연초대비 약 59% 급증한 규모다. 미국 주식 보관액은 한국예탁결제원이 보관하고 있는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총 규모를 의미한다. 통상적으로 시장에서는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투자액을 가늠하는 지표로 사용된다.
국내 주식시장과 비교해 봐도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보관액의 규모는 상당하다. 지난 25일 기준 미국 주식 보관액은 코스닥 시총 360조1790억원의 36.37%에 달한다. 코스닥 시장의 약 3분의 1 규모다.
투자 종목으로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엔비디아, 메타, 테슬라로 구성된 매그니피센트(M) 7이 보관액 상위를 휩쓸었다. 보관액 1위는 158억달러(약 22조원)를 기록한 테슬라다. 엔비디아(131억달러·2위), 애플(48억달러·3위), 마이크로소프트(35억달러·4위), 알파벳(22억달러·7위) 등이 뒤를 이었다.
서학개미들이 빠르게 몸집을 불린 배경으로는 단연 '수익률'이 꼽힌다. 올해 국내 증시는 금융투자소득세 논란, 기업들의 부진한 실적, 외국인 매도 공세 등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반면 미국 증시는 신고가를 갈아치우는 등 대조를 이루면서 대규모 '주식투자 이민'이 나타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각각 3.73%, 14.25% 떨어졌다. 반면 같은기간 나스닥 지수는 22.54% 올랐다. 특히 나스닥 지수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1만8712.75에 마감하며 사상 최고가를 다시 썼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10.80%)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19.61%)도 같은 기간 두자릿수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자본시장연구원 황세운 연구원은 "미국 주식시장은 장기 투자가 가능하다. 해외 주식에 부과하는 22%의 높은 세금을 내더라도 이를 뛰어넘는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이미 투자자들에게 학습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선진국 내 미국 주식시장의 우위가 뚜렷한 만큼 내년에도 이 같은 흐름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흥국증권 이영원 연구원은 "대부분의 선진국이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을 내린 반면 미국은 2.8%의 성장률로 독주하고 있다"며 "미국 경제의 성장은 곧 미국 주식시장의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내년에도 미국 시장의 우위는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KB증권 김일혁 연구원은 "내년 말까지 S&P500 지수는 현시점에서 1000p 상승한 6800선까지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며 "미국의 주가 지수가 하락 추세로 전환할 가능성은 낮다. 이익 모멘텀 반등 추세가 이어지면서 1·4분기 이후 지수 반등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hippo@fnnews.com 김찬미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