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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정년연장보다는 재고용 선호하는 기업들 목소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1.05 18:36

수정 2024.11.05 18:36

고용 유연성 빠진 계속고용 부담 커
일률 잣대보다 기업 현실 반영 필요
한경협 제공.
한경협 제공.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정년연장 등을 통한 고령자 '계속고용'은 시대적 과제가 됐다. 다만 정년연장과 퇴직 후 재고용이라는 큰 축을 놓고 의견 차가 있다. 계속고용 문제는 근로자와 기업의 입장을 두루 따져봐야 하는 난제다. 고용을 책임지는 기업을 도외시해서는 안 되고, 할 수도 없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5일 외부기관에 의뢰해 조사한 고령자 고용정책 관련 기업인식에 따르면 한국 기업 10곳 가운데 7곳은 정년이 연장될 경우 경영에 큰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가장 큰 이유는 인건비 상승이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연공(근무 기간)·호봉급제가 대세다. 따라서 정년연장으로 의무고용 기간이 늘어나는 정책을 선택할 경우 인건비 부담은 더 커진다.

기업들이 단지 인건비가 아까워 정년연장에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년이 연장되면 조직 내 인사적체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노령 근로자에게 안정적 일자리가 제공되겠지만, 반대로 기업을 이끌어 갈 청년 신규채용은 줄어든다. 필연적으로 청년층과 고령층의 세대갈등을 부를 것이다. 사회적 갈등을 비켜가기 위해서도 일률적 정년연장 방식의 효과를 따져봐야 한다.

계속고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사실상 이뤄졌다. 다만 한경협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70%가량은 '퇴직 후 재고용'을 선호한다고 한다. 이유의 첫번째는 재고용에 따른 고용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 고용시장은 매우 경직돼 있다. 법으로 정년이 보장되면서 자유로운 해고는 불가능한 현실인 것이다.

현 정부가 노동개혁을 통해 연공·호봉제를 없애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려 하지만 진전이 거의 없다. 고용 유연성이 확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무조건 65세까지 정년을 보장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인사관리의 어려움이 더 커질 것이다.

은퇴 이후 국민연금 수령연령까지의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정년연장 필요성은 분명히 있다. 이에 최근 행정안전부와 대구시의 공무직 정년연장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 문제는 기업이다. 공무직 정년연장은 국민의 세금으로 해결된다지만, 기업은 그렇지 않다.

고령화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기업이 사회적 주체로서 공동 부담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과도한 부담은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황금알을 얻고자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우를 범해선 안 될 것이다. 고령사회의 위기를 먼저 겪고 있는 일본도 법정 정년을 60세로 두고 기업에 정년연장 혹은 재고용 등 다양한 선택지를 주고 있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계속고용 관련 합의를 내년 1·4분기까지는 도출하겠다고 한다.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 일률적인 정년연장 방식이 옳은지는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계속고용의 다양한 방안을 놓고 우리 현실에 적합한 해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경직적인 노동시장, 생산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임금체계 등으로 기업들의 고령인력 활용 부담이 과중하다는 한경협의 주장을 곱씹어 봐야 한다.
고령자 고용기업 혜택 확대, 직무가치·생산성 등을 반영한 임금체계로의 개편이 정년연장에 앞서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제언도 기업의 어려운 현실을 볼 때 틀린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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