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5일(현지시간) 아이폰처럼 높은 마진을 앞으로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애플은 이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연례 재무보고서(10-K)에서 애플이 당면한 위험 요인들을 열거한 뒤 이같이 우려했다.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헤드셋 등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신시장에서는 아이폰에서 애플이 거뒀던 엄청난 마진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애플은 보고서에서 “새 제품, 서비스, 기술들이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 기술들을 대체하겠지만 매출과 이익 마진은 낮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이어 “이는 회사 사업과 영업 결과, 재무 여건에 부정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애플은 이번에도 통상 연례 보고서에서 지적했던 것처럼 경쟁, 환율, 공급망 문제 등을 마진을 압박하거나 사업환경을 요동치게 만드는 요인들로 지목했다.
그러나 신제품 도입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높은 비용 구조’를 우려한 적은 있지만 미래 제품이 재무 실적에 직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한 적은 없다.
애플은 이번 보고서에서 AI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와 함께 ‘지정학적 긴장’이 새로운 위험으로 부상했다고 우려했다. 지정학적 긴장을 위험 요인으로 지목한 것은 수년 만에 처음이다.
애플은 최근 고전하고 있다.
지난주 공개한 AI, 애플 인텔리전스가 예상과 달리 아이폰 수요에 큰 자극제가 되지 못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또 애플 주가를 끌어올렸던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2분기 애플 지분 절반을 매각한 데 이어 3분기에도 25%를 추가로 내다 판 것으로 확인되면서 고평가 논란까지 불거졌다.
버크셔해서웨이의 약 3000억달러 주식 포트폴리오를 책임지고 있는 버핏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애플 주식을 계속해서 매각하고 있다는 것은 애플의 현재 주가가 정점을 찍었다고 그가 판단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은 지난 분기 사상 최고 수준인 46.2%를 찍은 애플 총마진율이 2030년에는 49%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장밋빛 전망이라며 경계하고 있다.
딥워터자산운용의 진 먼스터 애널리스트는 “우리는 지금 무수히 많은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면서 애플의 신제품들이 이 불확실성의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애플은 이날 엔비디아에 시가총액 1위 자리를 결국 내줬다.
애플 시가총액은 3조3700억달러로 엔비디아의 3조4200억달러에 못 미쳤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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