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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은 절대 안된다"..국민들 사랑받는 日 '아이코 공주' 끝내 왕위 못 잇나

문영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1.06 06:21

수정 2024.11.06 13:22

유엔, 여성 왕위 계승 권고
日정부 "대단히 유감" 불쾌


나루히토 일왕의 외동딸 아이코 공주(왼쪽), 후미히토 왕세제. 연합뉴스
나루히토 일왕의 외동딸 아이코 공주(왼쪽), 후미히토 왕세제.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일본 정부가 “여성도 왕위 계승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라”는 유엔의 권고를 사실상 거부했다.

4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 각료들은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왕위 계승 남녀 평등 실현’ 권고에 잇따라 불쾌감을 드러냈다. 취임 전엔 이 문제를 논의해 봐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총리도 정치권 눈치를 보며 말을 아끼고 있다.

6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이와야 다케시 외무장관은 지난 1일 “(위원회가) 국가의 기본과 관련된 사안을 권고해 대단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도 “인권과 관련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극우 정당인 일본유신회도 “(왕위 계승 문제는) 나라의 문화와 역사 문제”라고 반발했다.

앞서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유엔 스위스 제네바사무소에서 일본 정부의 여성 정책을 심사한 뒤, 왕위 계승권을 남성에게만 인정한 ‘황실전범’에 대해 여성차별철폐조약 이념과 양립하기 어렵다며 개정을 권고했다. 성평등에 위배되는 정책인 만큼 "왕족 여성도 왕위를 이어받을 수 있게 고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단 위원회는 지난 2003년, 2009년, 2016년에도 같은 내용으로 권고를 했던 바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 대표단은 이번 위원회의 권고 직후 “차별철폐위가 왕실전범을 다루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항의하면서 해당 부분의 삭제를 요구했다.

일본 ‘황실전범’은 제1조에서 왕위에 대해 “남계 남자가 계승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왕족 여성은 왕족 이외 사람과 혼인하면 왕족 신분을 잃는다고 명시했다. ‘남계 남자’는 왕실 남성이 낳은 남자를 뜻한다.

나루히토 일왕은 슬하에 아들 없이 아이코 공주만 뒀다.

따라서 현재 일왕 계승 1순위는 나루히토 일왕 동생인 후미히토 왕세제다. 2순위는 후미히토 왕세제 아들인 히사히토다.

그러나 후미히토 왕세제 일가는 장녀 마코 전 공주 결혼 소동 사건 등으로 일본 내부에서 평판이 좋지 않다. 반면 아이코 공주는 특유의 겸손한 태도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4월 실시된 교도통신 여론조사에서 일본 국민의 90%가 여성 일왕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일왕에 찬성하는 이유에는 50%가 ‘일왕 역할에는 남녀가 관계없다’고 답했다.

일본 국회의원들은 지난 5월 왕실의 승계 규정 완화 가능성을 논의하기도 했지만, 이번 정부의 강경한 입장으로 왕실전범 개정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아이코 공주가 왕위를 이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요미우리신문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취임 전에는 ‘여성 왕위 계승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는데 취임 이후에는 자민당 내 반대파의 압박으로 말을 아끼고 있다”고 전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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