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유족 측 모욕죄 받아들여
"위중한 일 바라는 경멸적 표현"
온라인 단체 대화방에서 대리점주를 비방한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 조합원에게 모욕 혐의가 인정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리점주는 택배노조 조합원들과 갈등을 빚다 유서를 남기고 숨졌다.
"위중한 일 바라는 경멸적 표현"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모욕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최근 확정했다.
A씨는 지난 2021년 5∼7월 택배노조원 등 40여명이 있는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CJ대한통운 대리점주 B씨를 겨냥해 "까도 까도 끝이 없는 비리, 횡령 외 수없는 불법적인 일에 종지부를 찍어야 할 것 같다"며 "질긴 놈, 언제쯤 자빠질까"라고 글을 올려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B씨와 조합원들은 수수료 지급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었다고 한다. 이 채팅방에 B씨가 들어와 있진 않았으나, 해당 메시지는 결국 B씨 측에 전달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같은 해 8월 조합원들의 태업 등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호소했던 B씨는 유서를 남기고 숨졌다.
이후 유족들이 A씨 모욕죄로 고소하며 수사가 본격화됐다.
1심과 2심 법원은 모두 A씨의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A씨 측은 재판에서 정당행위라거나 형량이 과중하다고 항변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에 관한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아니한 채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이 사건 메시지들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해하기에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또 A씨가 B씨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자 '언제쯤 자빠질까'라는 글을 올린 것에 대해서도 "입원한 것에서 더 나아가 피해자에게 더욱 중대한 상황이 발생하기를 바라는 내용으로 경멸적 의미를 담은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A씨가 불복했으나 대법원은 역시 2심 판결에 잘못이 없다고 판단하면서 A씨의 벌금형이 확정됐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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