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한국 증시가 향후 트럼프 1기(2017년 1월~2021년 2월) 시기와 유사한 추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과 미국의 증시는 트럼프 1기 집권시절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된 시기를 제외하곤 상승추세가 이어졌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 재선 확정 이후 첫 거래일인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04% 오른 2564.63에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전장 대비 1.32% 빠진 733.52에 장을 마쳤다. 대선 불확실성 해소로 미국 증시 3대 지수가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에 비하면 온도차가 크다. 시장에서는 향후 국내 증시가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1기와 유사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트럼프 1기 미국 증시는 S&P500지수 41%, 나스닥 지수 58.7%라는 급등세를 보였다. 국내 증시도 코스피 지수는 2020선에서 3100선까지 오르며 52.4% 치솟았다.
다만 세부적으로 보면 2018년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번지면서 코스피와 S&P500 지수 모두 2018년 한 해동안 각각 -17%, -6.2%의 하락률을 보였다. 다만 코로나19 발생 이후 글로벌 유동성 공급 정책 시행으로 코스피와 S&P500가 2020년 각각 31%, 16% 가까이 뛰면서 2018년의 하락세를 상쇄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동안 강경한 관세 정책을 공언해온 만큼 트럼프 2기가 시작되는 내년 상반기는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됐던 지난 2018년과 유사한 증시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상현 iM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가 관세 정책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아 국내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경제 성장률 부진으로 이어져 국내 증시 흐름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1기와 2기가 변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2기에 들어서면서 내용상으로 더 강경해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1기와 2기의 가장 큰 차이점은 금리 사이클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기대감이 낮았던 1기의 경우 대선 직후 트럼프 리스크 여파로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한 달만에 0.8%p 급등했다. 이후 본격적 '금리 인상' 사이클에 접어들면서 2018년 글로벌 증시 약세를 키웠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미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가능성을 선반영하면서 대선 전부터 국채 금리가 4.3% 수준까지 올랐다. 이에 더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본격적 금리 인하 국면에 진입해 정 반대 양상이다. 또 경제·금융 전문가 중심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 진용이 갖춰질 것이라는 전망도 1기와 다른 점이다. 김용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금리와 경기, 즉 매크로가 정 반대이기 때문에 트럼프 1기와 달리 2기는 온건주의일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가 출범하는 내년 초까지는 정책 불확실성이 증시 변동성을 확대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부담 요인이 해소될 경우 내년 하반기부터는 국내 증시도 다시 탄력 받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용구 연구원은 "트럼프의 관세 엄포가 얼마나 현실화될지, 또는 우회로가 존재하는지에 따라 제2 무역분쟁 확전 여부가 달렸다"며 "향후 협상 과정을 거치며 구체화되는 시점까지 정책 불확실성이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2기 초기는 1기의 2018년 구간으로서 무역 분쟁 등 우려가 나타나는 시기가 될 것"이라며 "다만 내년 하반기로 가면서 경기 사이클이 바닥을 확인하고 무역 협상에도 온기가 돌 것으로 보인다. 증시가 반등했던 2019년 흐름이 다시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김찬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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