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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황근의 맛과 멋] K푸드 황금기, 이제 시작이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1.07 19:21

수정 2024.11.07 20:14

미래 위한 인재양성 투자
해외 우수식당 지정 사업
민관 한식 세계화 힘써야
정황근 월드푸드테크포럼 조직위원장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정황근 월드푸드테크포럼 조직위원장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K푸드 열풍이 뜨겁다. 미국 농무부에 파견되어 근무했던 2007년의 경험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당시 직원들에게 김밥을 소개하고자 스시 간판이 걸린 한식당을 찾았을 때 어떤 직원이 생김과 참기름 냄새에 힘들어하며 코를 움켜쥐는 게 아닌가. 그 모습에 적잖이 당황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김치나 비빔밥 같은 일부 음식만 알던 외국인들이 이제는 K치킨, K바비큐에 열광하고 김밥, 떡볶이, K핫도그 등 분식부터 소주, 소맥, 막걸리까지 즐긴다. 뉴욕, 파리에 새 한식당이 오픈할 때마다 긴 대기줄과 함께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는 모습은 일상이 되었다.
뉴욕 록펠러센터에서 가장 좋은 자리에 유치한 한식당 '나로'(NARO), 데이비드 베컴과 리오넬 메시가 즐겨 찾는다는 K바비큐식당 '꽃'(COTE)은 뉴욕 최고의 핫플레이스로 통한다.

파인다이닝에서도 뉴욕 미식업의 주류로 한식이 떠올랐다. 박정현·박정은 셰프의 한식당 아토믹스는 미식계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 2024년 시상식에서 전 세계 6위(작년 8위), 3년 연속 미국 1위에 선정됐다. 뉴욕 미쉐린 스타 식당 71곳 중 11곳이 한식당일 정도다. 신랄한 논평으로 유명한 뉴욕타임스의 음식평론가 피트 웰스는 "한식이 수십 년간 이어진 프랑스 요리의 패권을 끝냈다"고 평했다.

굳이 한식당을 찾지 않아도 '트레이더 조'와 같은 대형마트에서 냉동김밥, K만두, K라면, K과자 등은 '없어서 못 먹는 음식'으로 미국인들의 생활 속에 스며들었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이 'K푸드 세계화 성공 과정'을 분석한 연구과제를 괜히 올해 교재로 채택한 것이 아니다.

세계인의 높은 관심으로 작년 K푸드 수출액은 역대 최고인 121억달러를 넘어섰다. 올해 흐름도 좋다. 특히 K라면은 10월에 이미 10억달러로 작년 연간 실적을 넘어섰고, K과자는 사상 최초로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외국인들은 한식을 먹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는다. 외국인의 방한 이유 1위가 '쇼핑'에서 '미식관광'으로 바뀌었다. 서울을 N차 방문한 외국인들은 그 이유로 '음식이 맛있어서'를 꼽고 있다. 음식이 수출, 관광 등 국가경제를 일으키는 핵심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한식을 세계 미식계의 중심으로 끌어올린 아토믹스 박정은 대표는 "쌀, 간장, 고춧가루 등 한국산 최고급 식재료를 사용해 국(guk), 조림(jorim), 전(jeon) 등 한국어 발음 그대로 우리 식재료와 식문화를 소개하고 전체 식기를 한국 작가 제품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한국의 문화와 음식에 흥미가 생겨 한국에 가고 싶어 하는 단골손님도 많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최근 서울에 한식연구소를 열고 전통음식과 재료에 대해 배우고 연구하면서 업계 후배들에게 음식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인재 양성 등 미래를 위한 투자다. 농식품부 장관 재직 시절 CJ와 함께한 '한식 영셰프 양성 프로젝트(Cuisine-K)'와 같은 인력양성 프로그램과 뉴욕, 파리, 도쿄 등을 대상으로 한 '해외 우수 한식당 지정'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고 대·중소기업이 협업하여 한식을 확산시키기 위한 다양한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테면 지역 고유의 전통주 양조장과 대기업의 디자인·수출·마케팅 노하우가 결합된다면 세계적인 명주(銘酒)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한식은 이제 한국문화의 대표 아이콘이다.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넷플릭스 요리 예능 '흑백요리사'를 보며 한식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선조들의 위대한 유산인 식문화를 우리 세대에서 더 발전시켜 세계에 자랑할 수 있도록 다 함께 노력하자. K푸드가 중심이 되어 고품격 한류가 더욱 확산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정황근 월드푸드테크포럼 조직위원장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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