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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의 기능의학] 만병통치약은 없다, 만능비만약도 없다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1.09 08:00

수정 2024.11.09 08:00

[파이낸셜뉴스] 최근 의학 분야의 공통 관심사가 문제의 '근본'으로 쏠리기 시작하면서 동서양 의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참다참다 아파서 가는 병원'이 아닌, '건강해지고 아프지 않으러 가는 병원'이 되도록 '기능의학'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한다. <편집자주>
[이해인의 기능의학] 만병통치약은 없다, 만능비만약도 없다

지난번 칼럼에서 비만치료제 위고비(Wegovy)에 대해 '절대적인 치료제가 될 수 없으나 최적의 솔루션은 될 수 있다'라는 정의를 내린 바 있다. 실제로 위고비 처방에 대해 문의하는 비만 클리닉 환자들이 부쩍 늘었다. 이름에 대해서만 잘 모를 뿐이지, 거의 모든 환자들이 문진 과정에서 '그 최근에 들어왔다는 좋은 약'을 언급한다.


실제로 위고비는 좋은 약이 맞다. 음식을 먹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과 유사한 성분을 통해, 인슐린 양을 늘려 혈당을 낮추고, 포만감을 증가시켜 식욕을 억제할 수 있다. 식단조절이 필수인 비만치료 단계에서는 가장 좋은 솔루션인 셈이다. 본래 목적인 당뇨병 치료와 (비만 환자의) 심장 질환에도 효능을 인정받은 위고비는 '비만치료 업계의 골드 러시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쓰냐에 따라 솔루션의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최근 일부 병원, 약국 등에서 별다른 코칭없이, 간단한 문진만으로 위고비를 처방·판매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약국에서 구매 후, 약의 기능 등을 확인해 자의적 판단으로 주사를 놓으며 관리한다는 것이다. 내원 환자들 중에서도 자리에 앉자마자 '위고비 처방/판매 가능 여부'에 대해 질문하는 경우도 있다.

위고비의 개발사인 노보 노디스크에서는 5가지 용량(0.25mg, 0.5mg, 1.0mg, 1.7mg, 2.4mg)으로 한국 식약처에 판매 허가를 받았다. 워밍업 단계를 통해 의사의 지도/관리 하에 용량 조절을 하며 사용한다는 가이드 역시 있다.

하지만 위고비 구입을 원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1단계(0.25mg) 수준의 주사를 주 1회씩 한 달만 써보고 싶다는 '자가처방'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결론적으로, 이는 매우 잘못된 상식이다. 전문 의료인의 지도·관리가 없이 사용시, 잘못된 용량 조절로 내성이 생기는 등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당초 알려진 '지속적 메스꺼움', '복부 불편감' 이외에도 기저 질환이 있는 환자들의 경우엔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당초 출시된 목적이었던 '당뇨병 치료'도 안과 검진을 병행하지 않으면 망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고혈압, 고지혈증, 심혈관 질환자들도 반드시 의사와의 긴밀한 상의를 통해 투약을 결정해야한다.

무엇보다, 위고비는 장기적인 체중 관리와 건강 개선을 목표로 하는 솔루션이다. '만능 비만치료제'라는 별칭 하에 위고비만 맞으면 단기간에 체중감소가 가능하다고 맹신하는 환자들도 많다. 특히 정상체중임에도 불구하고 미용 목적을 위해 위고비를 사용하려는 경우, 의사와 상담이 없거나 최소화된 상태에서 약품을 구입하게 된다.

앞서 언급했던 '기저질환에 따른 부작용'들이 이럴 때 나타날 수 있는데, 위장관 문제는 물론 두통과 탈모, 기타 호르몬 밸런스 붕괴까지 겪을 수 있다.

솔루션은 약물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위고비를 통해 과식, 폭식 등을 줄여 식단 개선은 되겠지만, 식습관 개선과 운동, 그리고 가장 중요한 '스트레스 관리' 등 육체적, 정신적 전반에 걸친 건강관리가 병행되어야만 한다.

비만 치료는 근본부터 시작해야 한다. 개인마다 비만의 원인을 분석하고, 검사결과에 따라 대사기능과 면역력 증진, 맞춤형 영양 섭취를 통해 전반적인 건강의 균형을 이뤄내는 것이 먼저다. 그 이후에 위고비 같은 비만 치료제나 기기관리 등을 병행해야 건강한 체중감량, 비만 치료가 완성되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기능의학적 비만치료다.

만병통치약은 없듯이, 만능비만약도 없다.
반드시 의료 전문가의 지도 하에 처방과 관리를 받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솔루션의 완성이다.

/ 이해인 원스클리닉 압구정 프리미엄센터 대표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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