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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국내에서 옷을 만들지도 사지도 않는 상황이 ‘내수 회복’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의류업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위탁생산(OEM) 기업들이 해외로 생산지를 이전하고 국내 투자를 줄였기 때문이다. 고금리·고물가 장기화에 의류 소비도 줄었다. 반면 중국 온라인 커머스를 통해 국내에 들어오는 값싼 옷 등 의복의 ‘해외 수입’은 늘어나는 모양새다.
의류 국내 생산, 소비 모두 감소
10일 통계청 ‘9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국내 의류 생산은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9월 의복 및 가죽·가방·신발 생산지수(계절조정)는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0.2%, 18.9% 감소했다. 생산지수 전년 동월 대비 증감률은 의복의 경우 2022년 12월(0.7%) 이후 감소세다. 가죽·가방·신발은 올해 2월(1.8%) 증가 이후 하락세다. 9월 기준(계절조정) 제조업 24개 업종 중 가죽·가방·신발이 전년 동월 대비 가장 감소폭이 컸다.
국내 의류 산업 생산이 부진한 이유는 의류업계 ‘큰 손’들이 해외 이전을 택했기 때문이다. 영원무역, 한세실업, 세아상역 등 의류 위탁생산 기업들이 과테말라 및 베트남으로 생산 공장을 옮겼다. 인건비 상승 등으로 더 이상 국내 투자도 나서지 않는 분위기다. 9월 산업활동동향 설비투자지수에서 기계류 내 기타제품(직물기계 등)은 전년동기 대비 5.7% 떨어졌다. 의류생산과 관련된 기타제품 설비투자는 지난해 10월(1.6%) 이후 마이너스 성장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관계자는 “미중무역 갈등 이후 미국 바이어들이 생산처를 중국 외 지역으로 이전 요청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해외 투자를 통해 해외 생산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남아시아 및 중남미로의 생산기지 이전이 많다”며 “국내 의류산업에서 자체 패션 브랜드를 통한 생산 규모는 위탁생산 산업과 비교해 미비하다”고 말했다.
의류 해외 수입 증가
생산뿐 아니라 소비도 위축됐다. 의복 및 신발·가방 소매판매액지수(불변)도 감소세다. 9월 전년동월 대비 의복은 2.3% 감소한 반면 신발·가방은 4.5% 증가했다. 의복 경우 지난해 11월(8.4%) 이후 감소세다. 신발·가방은 하락세를 이어오다 올해 6월(5.9%)부터 등락을 오가고 있다. 9월 의복 소매판매액은 5조1148억원 수준이다.
의류 소비 위축은 기온 변화와 관련 있다. 올해 폭염이 장기화됐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더위가 지속되면서 계절이 바뀌지 않으면 의류 소비자 줄어든다”고 말했다. 대형 패션업체 관계자는 “패션 업계에서 대목은 겨울철이다. 가격대가 더 높기 때문”이라며 “올해 패션업계 실적이 저조했지만 연말 의류 소비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물가 상승과 함께 의류 가격도 오르면서 올해 소비 위축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의류 및 신발 경우 올해 10월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7.9%)부터 10월(8.2%)까지 급증했다. 이 시기 저가 의류 구매가 가능한 알리, 테무 등 중국 온라인 플랫폼이 공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진입하면서 의류 생산 입지는 더 좁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국내 제조업공급지수에 따르면 의복이 국내에 풀리는 규모 자체가 줄고 있다. 올 3·4분기 의복은 전년 동기 대비 2.5% 하락했다. 2022년 4·4분기부터 8분기 연속 감소다. 올 3·4분기 국내 의복 공급 중에서 국산은 6% 감소한 반면 수입은 2.6% 증가했다. 수입 비중은 매해 성장해 2017년(21.9%), 지난해(35.6%), 올 3·4분기 41.9%까지 올랐다. 제조업 국내공급지수는 국내에서 생산하거나 외국에서 수입해 국내에 풀린 제조업 제품의 규모를 나타낸다. 수요에 따라 공급이 움직이는 만큼 내수 흐름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전문가들은 의복이 내수 산업 및 소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규모는 아니지만 체감경기와 밀접하다고 분석했다.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지갑을 닫는 품목 중 하나가 의류기 때문에 내수경기 부진을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의류는 대표적인 선택적 소비재다”며 “옷은 필수 소비재가 아닌 선택할 수 있는 재화기 때문에 고물가 시대에 소비 위축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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