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푸치니 서거 100주년을 기념해 서울시오페라단이 오페라 '라보엠'을 오는 21~2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린다.
이탈리아 작곡가 푸치니의 자전적 경험이 반영된 '라보엠'은 19세기 프랑스 파리 라탱지구, 크리스마스이브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젊지만 가난한 예술가 '미미'와 '로돌포'의 순수한 사랑을 통해 청춘의 고통과 낭만을 담은 작품이다. 겨울 시즌마다 세계 오페라극장을 장식하는 인기 레퍼토리지만 서울시오페라단이 이 작품을 선보이는 건 창단 39년 만에 처음이다.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장은 지난 7일 세종문화회관 연습동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젊고 실력 있는 성악가들을 주축으로 캐스팅했다"며 "서울시오페라단의 특장점을 작품에 담기 위해 노력한 만큼 아주 독창적인 '라보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라보엠'은 파리의 동화 같은 분위기와 순수했던 시절의 아름다움, 그리고 애잔함을 푸치니의 선율에 담아낸다. 로돌포가 미미의 손을 녹이며 부르는 아리아 '그대의 찬 손'과 미미의 답가 '내 이름은 미미'는 오페라 팬들에게 익숙한 명곡이다. 이어지는 두 사람의 이중창 '오! 사랑스러운 아가씨'는 오페라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이중창으로 평가받는다.
시인 로돌포의 연인이자 재봉사인 미미 역은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인 소프라노 서선영과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인 소프라노 황수미가 맡는다. 한국 오파라계에서 존재감이 큰 두 사람이 한 작품에 캐스팅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미 수차례 '라보엠' 공연 경험이 있지만 이번 작품에서 만나 서로에게 많은 아이디어를 얻고 배운다고 했다.
서선영은 "성악가는 태어날 때부터 자기 목소리의 스펙트럼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갖지 않은 것에 대한 동경이 있다"며 "황수미씨와 연습하면서 연기나 음악적 표현이 다른 점에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황수미는 "여러 차례 '미미' 역을 해봤지만 캐스팅과 배우, 프로덕션이 다르기 때문에 공연마다 내가 채워야 할 부분에 대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며 "'라보엠' 자체는 클래식한 연출로 진행되지만 MZ 스타일을 넣어 연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로돌포 역은 테너 문세훈과 김정훈, '무제타'는 소프라노 김유미·장은수, '마르첼로'는 바리톤 이승왕·김태한이 각각 연기한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최연소 및 아시아 남성 최초로 우승한 김태한은 '라보엠'을 통해 국내 무대에 데뷔한다.
김태한은 "중학생 시절 로커를 꿈꿨지만 이후 성악에 입문한 뒤 처음 본 오페라가 '라보엠'이었다"면서 "제가 가장 좋아하고 불러보고 싶었던 작품이라 매우 뜻깊다"고 출연 소감을 전했다.
이번 공연을 위해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서울시오페라단이 처음으로 손을 잡았다. 지휘는 수원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인 최희준이 맡는다.
연출에는 제2회 광화문광장 야외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로 호평받은 엄숙정이 참여했다. 무대는 거대한 책 세트의 움직임을 통해 파리 라탱지구의 다락방과 모무스 카페를 재현하며, 흰색과 검은색을 기반으로 화려한 색상을 더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세계를 무대로 맹활약을 펼치는 젊은 한국 성악가들의 현재 진행형 모습을 볼 수 있는 드문 기회"라며 "'라보엠'을 통해 아름답고 감동적인 크리스마스 선물을 관객들에게 미리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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