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트럼프 강달러' 항공 울고 해운 웃는다

김동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1.11 15:32

수정 2024.11.11 15:32

항공업계 매출 원가 30%는 연료비
강달러 지속되면 4분기 실적 암울

해운업계 운임 달러 받고 매출 원가 환산
환경규제 완화도 친환경 연료 투자부담 낮춰
한국해양진흥공사 제공
한국해양진흥공사 제공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승리하며 '강달러' 기조가 유력시되자 항공업계와 해운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항공업계는 올 3·4분기 견조한 수익을 바탕으로 최대 매출 등 실적 고공행진 펼쳤지만, 매출 원가의 30%를 연료비로 사용하고 있어 고환율에 취약하다. 반면 해운업계는 운임을 달러로 받고 매출을 원화로 환산해 매출 증가가 기대된다.

11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0원 급등한 1396원에 거래됐다. 지난 7일 장중 한때 1400원을 돌파한 이후, 1380∼1390원대를 넘나들며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요동치는 원·달러 환율은 트럼프 2기 출범 확정으로 보편관세 부과와 대규모 관세 등으로 강달러 분위기가 조성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보편 관세 10%가 부과되면 교역국 통화가치가 하락해, 미국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세금 감면 등 대규모 재정 지출이 수반되는 공약이 현실화되면, 향후 국채 발행량이 늘어나 미국 장기 국채수익률(금리) 급등으로 이어져 강달러를 견인한다.

트럼프 '강달러' 압력에 당장 비상이 걸린 곳은 항공업계다. 항공사들은 매출 원가의 30%가량을 연료비로 사용하는 만큼 고환율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대한항공은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약 280억원의 외화평가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사들은 유류비와 더불어 항공기 리스비 등 고정비를 달러로 지출하고 있다"라며 "대한항공을 비롯한 항공업계가 3분기 견조한 매출을 기록했지만, 환율 상승에 대비한 수익 모델 다각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다만 트럼프의 전쟁 종식 공약은 부담을 낮추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트럼프는 대선 내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하루 만에 끝내겠다고 공언해 왔다. 전쟁 중인 러시아 영공을 우회하는 항로는 평균 유류비가 약 15%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해운업계는 환율 상승이 기회로 여겨진다. 해운사는 운임을 달러로 받고 매출은 원가로 환산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매출 증가와 직결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3·4분기 해운사들의 높은 실적 기반에는 높은 환율도 한몫을 했다"라며 "환율이 변동성이 높은 만큼, 이를 줄이는 것이 해운사들의 과제"라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화석연료 중심 에너지 정책과 환경규제 완화도 긍정적 요인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트럼프 2.0 시대와 해운산업에 대한 영향' 특별보고서를 통해 "환경 규제 완화로 해운사들은 당장 친환경 선박과 연료에 대한 투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중국산 제품에 최대 60% 관세 등 트럼프 당선인의 보호무역주의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장기적으로는 미중 교역 감소로 인한 물동량 감소가 불가피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중국의 밀어내기 물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해운사들은 동남아 및 남미 경유 물동량 증가로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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