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는 국가 간 건강 정보를 표준화하고 일관된 데이터 수집·보고·분석을 지원하기 위해 WHO-FIC(WHO Family of International Classifications)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플랫폼을 통하면 누구나 ICD(국제질병분류체계)에 대한 일부 수정·추가·삭제 등 개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한국게임산업협회가 제출한 의견서에는 크게 3가지 관점에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분류가 부당하다는 내용을 담았다.
의학적 관점에서는 △게임이용장애가 특정한 게임이용행동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나 정작 ICD-11은 게임이용행동을 정의하지 않아 게임이용장애의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 △현재까지 연구로는 게임을 통해 나타나는 문제적 행동에 게임이용이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지 불분명하다는 점 △문제적 게임이용은 1~2년 사이 자연적으로 해소되는 현상이므로 게임이용이 치료가 필요한 병적 중독이라고 할 수 없다는 점 △ICD-11에는 게임이용장애 외 도박장애만 질병으로 분류됐는데 게임이용이 도박만큼 위험한 행동인지, 또는 다른 행동들은 게임이용과 비교해 확연히 안전한 행동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 등을 문제로 제기했다.
사회문화적인 관점에서는 원인과 치료법이 불명확한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할 경우 극심한 사회 혼란이 유발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게임 및 게임이용이 전 세계 다수가 즐기는 여가이자 개인의 직업을 형성하는 만큼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는 데 사회적 합의가 먼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보건의료 현장에서 우울증, ADHD(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 등 근본적인 원인을 치료하는 대신 게임이용 자체를 통제하는 잘못된 개입도 이뤄질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법적인 관점에서는 게임이용장애 질병 분류가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 인식과 결합해 게임 등급 심사 강화, 게임이용시간 제한 등 비합리적인 규제의 강력한 근거가 될 것으로 우려했다. 청소년 등 게임 이용자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국게임산업협회는 게임이용장애와 같은 새로운 질병코드가 ICD에 추가되고 논란이 있는 경우, 일부 질병코드를 제외하고 도입할 수 있도록 명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WHO는 현재 회원국이 최신 ICD를 도입하도록 권장하고는 있으나 부분적으로 도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강신철 협회장은 "충분히 규명되지 않은 질병코드를 ICD-11에 등재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상당한 불안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WHO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를 공개적으로 재검토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말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