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12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기조가 윤석열 정부와 상당 부분 일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1월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외교·안보·경제 전반에 큰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서도 원만한 한미협력을 끌어낼 수 있다고 자신한 것이다.
트럼프 '인태전략' 주목하며 "尹 글로벌 중추국가와 일맥상통"
조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트럼프 행정부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기조와 상당 부분 일치한다”며 “정책상 접점을 바탕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와도 세밀한 정책조율을 통해 협력을 더욱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 장관은 “한미일 등 소다자 협력의 제도화 등 동맹 강화에 우호적인 대외여건이 조성돼있다”며 “우방국의 역할 확대와 안보 기여를 중시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 방향이 국력과 위상에 걸맞은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는 우리의 글로벌 중추국가 비전과 일맥상통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 1기 정부 때 인도태평양 전략이 최초로 본격 추진됐다는 점을 부각하며 “인태전략을 통해 강조한 자유롭고 열린 인태 질서와 동맹 관계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와 일치한다”고 짚었다.
윤석열-트럼프 정부 기조 일치론은 양국이 이미 여러 방면에서 얽히고 설킨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집권기, 또 이번 대선에서 말과 행동으로 보인 미 우선주의에 대한 우려가 많지만, 오히려 미 우선주의 이해관계에 따라 우리 국익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미 우선주의와 실용주의 정책도 지정학적 변화의 틀을 무시하면서 나아갈 리는 만무해서 한미 간에 얼마든지 조율이 가능할 것”이라며 “현 조 바이든 정부, 혹은 그 이전 한미동맹에 비해 트럼프 당선인이 차별화하려는 게 무언지 발견하면 그것에 초점을 맞춰 조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 리더십이 불확실성을 늘려서 협상력을 키우는 것이니 비용을 치를 순 있지만, 완전히 이해가 일치할 경우에는 주변 요소에 대한 복합적인 고려를 단순화시키고 빠르게 행동에 옮기는 기회도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방위비·북미협상·우크라' 우려에 "트럼프 발언과 실제 정책 다를 것"
이 같은 인식에서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세부 현안들에 대한 우려도 실제로는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전망이다.
먼저 방위비 대폭 증액 요구 우려에 대해선,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이 국회 비준만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발효하기만 하면 재협상을 하더라도 법적 안정성을 가지고 다소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군축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를 두고는, 정부 고위당국자는 “북한 핵·미사일이 너무 고도화돼 비핵화 기회가 줄어드는 걸로 비춰지긴 하지만, 실제와는 다를 것”이라며 “목표가 군축이 아닌 비핵화인 건 우리뿐 아니라 미국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라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트럼프 당선인이 빠르게 종전시키겠다고 밝힌 터라, 우크라 무기지원까지 염두에 두고 파병 북한군 동향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낸 우리 정부의 입장과 부딪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서도 정부 고위당국자는 “전쟁이 한 나라의 결정만으로 끝날 것도 아니고, 선거 때 정치적 발언과 실제 정책에는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지금 급히 우리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보지 않고,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 정책조율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