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오컬트 호러 영화 ‘사흘’을 통해 11년 만에 스크린 복귀한 배우 박신양이 촬영 중 인상적이었던 순간을 떠올렸다.
박신양은 12일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아빠가 딸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하고 시체보관실로 가 딸과 함께 있겠다고 우기는 장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거기 관리인을 내보내고 문을 닫는 장면이었는데 그때 갑자기 철체 침대가 드르륵하면서 움직였다”고 돌이켰다.
“한순간 뭔가 잘못됐다고 스태프들도 느꼈다. 그런데 실제로 저런 상황이면 아빠는 어떻게 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 철체 침대를 붙들고 다음 장면을 연기했고, 그 장면을 이어서 찍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 찍고 누가 철제 침대를 밀었냐고 물었는데, 아무도 민 사람이 없었다. 무서웠던 순간을 물어봐서 갑자기 생각났는데, 지나고 보니까 한없이 인상적인 장면이다. 누가 그랬는지 지금도 모르겠다. 굳이 한마디 한다면 악마야 고맙다”고 부연했다.
‘사흘’은 장례를 치르는 3일, 죽은 딸의 심장에서 깨어나는 그것을 막기 위한 구마 의식이 벌어지며 일어나는 일을 담은 오컬트 호러. 박신영, 이민기, 이레가 주연했다.
구마 의식 도중 목숨을 잃은 딸 역할의 이레는 이날 “스태프들이 저를 보고 놀래는 상황이라서 오히려 놀래히는 재미로 현장을 돌아다녔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솔직히 현장에선 연기하느라 바빠서 무서움을 느낄 틈이 없다. 그런데 공간이 주는 무서움은 있었다. 일상적인 장소인데, 싸하게 느껴졌다. 스며들어있는 음기가 무섭게 느껴졌다”고 돌이켰다.
평소 오컬트 무비를 즐겨 본다는 이레는 “심심하면 (한국형 오컬트 무비) ‘검은 사제들’을 돌려봤다”며 “(악마가 들린 역의) 박소담 배우의 연기를 보고 이 장르에 더 흥미를 갖게 됐다. 하지만 우리 영화와 서로 다른 상황, 설정의 이야기라서 (악마 들린 역할을 소화함에 있어) 차별화는 어떻게 할지 보다 내 역할에 집중했다”고 부연했다.
‘사흘’은 부성애가 돋보이는 휴먼 드라마적 요소를 갖고 있는 오컬트 무비로 완성됐다. 특히 후반부 구마 의식 장면에선 사랑하는 이를 다시 되살리고 싶은 부모의 간절함이 스크린을 통해 절절히 전달된다.
현문섭 감독은 “지인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크게 느낀 바가 있다”며 “아빠가 딸을 잃은 상태로 영화가 시작되는데, 그런 감정을 공포영화로 만들어보고 싶어 이 영화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그는 “공포영화를 무척 좋아한다”며 “평소 정말 좋아하는 장르로 데뷔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촬영 중 가장 무서웠던 순간으론 극중 이레가 입을 벌리며 소리를 지르는 장면을 꼽았다. 현감독은 “후반작업 중 그 장면을 보는데 소름이 돋았다”고 말했다. 14일 개봉.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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